리쉬티, 블랙 바닐라
차의 매력은 '가향'을 통해 확장된다. 홍차는 6대 다류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중에서도 가향의 범위가 가장 넓다. 홍차는 백차, 녹차와 달리. 강하게 발효된 차이다. 백차와 녹차는 섬세하고 은은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유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향을 한다. 홍차는 백차나 녹차보다는 특징이 강하고, 다른 성격의 강한 향들과 잘 어우러진다. 보이차는 특유의 '큼큼한 매력'이 워낙 세서, 오히려 잘 어울리는 조합이 홍차만큼 넓지는 못하다.
향만큼 취향을 타는 분야가 또 있을까. 향은 뚜렷한 이유가 필요 없다. 그냥 싫은 향, 좋은 향이 있다. 아무리 비싼 천연향이라고 모두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나에게 맞는 향을 찾으려면, 이 향 저 향 맡아보는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향은 시트러스, 풀냄새, 생강, 바닐라 향이다. 특히, 몸에 좋을 것 같은 냄새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체력이 약하고 한약을 자주 먹어서일까. 한약 냄새, 약초 냄새를 좋아하게 되었다. 인공 향은 잠시도 맡지 못한다. 시중에 파는 향수를 사용하지 못한다.
향은 계절을 타기도 한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봄에는 꽃향이 좋고, 여름에는 시트러스나 민트가 좋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몸에 좋은 향들을 좋아하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닐라향이다.
바닐라향을 떠올리면 진하고 단 바닐라 아이스크림 향이 떠오른다. 베이킹을 취미로 하면서, 진짜 바닐라빈을 이용해 바닐라 익스트랙(Vanilla Extract)을 만들었다. 내가 알던 바닐라 향은 인공 향이었구나, 깨달았다. 진짜 바닐라 향은 달콤하긴 했지만, 생강처럼 스파이시하게 몸을 덮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추운 겨울날, 바닐라티에 따뜻한 우유를 조금 넣고, 이불 속에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행복이란 거대한 단어는 일상 속에서 꽤 자주, 별 것 아닌 모습으로 찾아온다.
리쉬티, 블랙 바닐라
바닐라 익스트랙을 만들고 나서부터, 날이 추워지면 바닐라 티가 생각난다. 마셔본 바닐라 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차는 리쉬티의 [블랙 바닐라]이다. 홍차에 바닐라향을 가향했다. 리쉬티는 유기농 찻잎과 유기농 부재료들을 사용한다.
블랙 바닐라는 밀크티로 마시려고 구입했었다. 퇴근하고 오틀리 귀리 우유에 냉침한 블랙 바닐라를 마시면 천국이 따로 없다. 더운 여름에 한참을 밀크티로 마시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고 따뜻하게 마셔봤다. 후후 불며 따뜻한 바닐라 티를 넘기는 기분이 좋았다.
산딸기 두부 초콜릿 케이크
바닐라 티는 초콜릿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좋다. 홍차 자체가 디저트와 골고루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바닐라와 초코의 조합은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다. 며칠 전 만들어둔 산딸기 두부 초콜릿 케이크를 꺼냈다. 집에서 디저트를 만들면 내가 먹고 싶은 재료로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이 케이크는 지리산 앉은뱅이밀, 두부, 비정제 설탕, 럼 레이즌, 산딸기로 만들었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먹으면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정성스럽게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건, 본능적인 행복이다.
브랜드 | 리쉬티
제품명 | 블랙 바닐라
가격 | 24,000원 (loose tea, 60g 그린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