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술을 즐길 줄 아는 당신에게

와인, 위스키, 차의 경계가 넓어지다

by 단단

차를 처음 배울 때, 와인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시음하는 방법이나 시음평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특히 와인 소믈리에가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호로록- 소리를 내며 입 안에 티를 머금고 혀를 굴리면서 맛을 느낀다. 그리고 코로 큽큽- 소리를 내며 강하게 향을 맡는다. 아무래도 향이 주(main)가 되는 음료라는 점이 같기 때문에, 티를 감별하는 직업의 이름도 와인 소믈리에처럼 '티소믈리에'이다.



와인과 차


까베르네 소비뇽을 연상시키는 히비스커스 티

The cabernet of hibiscus tea


차를 우릴 때, 찻물 색이 붉다면 '히비스커스' 때문이다. 히비스커스의 블렌딩 비율에 따라 연한 핑크색부터 진한 빨간색까지 다양한 붉은 계열의 수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스티븐 스미스티의 'BIG HIBISCUS'는 이름에서부터 강렬하게 붉은 히비스커스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티 워크샵에서 히비스커스를 마신 분들은 모두 '정말 와인 같네요. 특히 향과 풍미가 깊고 진해요.' 라고 말했다. 히비스커스 특유의 신 맛 때문에 살짝 위가 아프다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워크샵이 끝나고 가장 인상 깊었던 차로 빅 히비스커스를 이야기했다.


스미스티 홈페이지에서 재료를 찾아보았다. (이렇게 자세하게 재료를 알려주는 티 브랜드가 좋다)


주원료 : 히비스커스꽃 82.5%(이집트산), 히비스커스향 5.7%, 장미꽃잎 3.5%(인도산),

엘더플라워 2.8%(알바니아산), 사사파릴라 2.75%(인도산), 레몬머틀 2.5%(호주산), 생강 0.25%(인도산)


단연 히비스커스의 블렌딩 비율이 높았고, 히비스커스 '향'도 5.7%나 포함되어 있다. 보통 향의 비율은 3%~5% 사이인데, 일반적인 가향차에 비해서 향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티메이커가 히비스커스의 진한 맛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차가 '와인'의 풍미를 갖게 된 데는 히비스커스의 역할도 있지만 부재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엘더플라워로 더욱 진한 컬러를 내었고, 장미향으로 풍미를 더했는데, 킥 포인트는 레몬머틀과 생강이다. 레몬머틀은 레몬보다 강력한 신맛을 내는데, 여기에 생강을 더해 알싸한 맛과 향, 와인의 끝맛을 만들어 주었다.


빅 히비스커스에 와인 두스푼을 넣어 마셔보았다. 와인을 넣으니 묘한 매력이 더해졌다. 와인은 알콜향보다는 시큼한 과일향이 먼저 느껴지는 술이라, 와인의 비율을 높여도 좋다. 어느 비율로도 빅히비스커스와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 빅 히비스커스를 마셔보고 싶다면, 꼭 첫 한 잔은 차로, 두 번째 잔은 와인과 섞어 마셔 보기를 추천한다.



위스키와 차



러시안 카라반 Russian Caravan

홍차에 위스키를 섞어 마시던 그 시절의 차 상인들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해가 어둑어둑 지고, 한 손에 위스키를 든 상인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있다. 그들 옆에는 하루종일 차를 싣고 오느라 지친 낙타들이 있다.


카라반 (caravan)은 낙타 등에 짐을 싣고 지역 특산물을 거래하는 상인 무리를 말한다. 차 무역상들은 중국의 홍차를 러시아까지 운반해왔다.


그 긴 여정에서 밤마다 피운 캠프 파이어로 차는 '훈연향'을 갖게 된다. 여정이 늘어날 수록 훈연향도 진해지고, 여독으로 피곤한 상인들은 차에 위스키를 섞어 마시기도 했다.


지금 판매되는 '러시안 카라반' 이름을 가진 차들은, 기문, 랍상소총, 우롱차를 블렌딩한 것이 많다. 포트넘앤 메이슨은 기문과 랍상소총을 블렌딩했고, 트와이닝은 기문과 다른 중국 홍차를 블렌딩했다.






포트넘 앤 메이슨의 러시안 카라반은 기문 홍차와 우롱차가 블렌딩 되어, 부드럽고 은은하게 스모키한 풍미가 있다. 여기에 위스키를 한 스푼 떨어뜨린다. 위스키는 특유의 '술'스러운 향미가 강하다. 취향에 따라 한 스푼이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몇 방울로도 충분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위스키를 넣은 러시안 카라반은 한잔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위스키티 한잔으로 피로를 풀던 그 옛날 카라반 상인들을 상상해 본다.






계절에 한 번,

차향을 오감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시간


Tea-Aroma workshop


※ 빅 히비스커스, 러시안 카라반 제품 이미지 출처: 해당 티 브랜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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