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단 Mar 02. 2020

재택근무를 해보니

더 다양한 모습으로 일해보면 어떨까

재택근무 2일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도 바꾸어 놓았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도 마스크를 종일 벗지 않고, 누군가와의 만남을 약속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이 병을 '사람을 고립시키는 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재택근무 공지가 떴을 때. 그러나 우리는, 이 어두운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같았다.




회사원은 시간 노동자


회사에 다니는 우리에게 '일'이란 일정한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고, 시간 단위, 분 단위까지 근무 시간이 관리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시간'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정한 시간'동안 '특정한 공간'에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재택근무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월급'의 두 가지 '입력 축'에서 '공간'을 지웠다. 공간이 사라지자 '시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시간과 공간이 얼마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 '특정한 공간'에 가지 않게 되자, 시간의 자율성이 늘어난 것이다.


시간이 늘었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시간을 아끼게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야근 시간까지 아끼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단순히 시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체력 소모'가 줄어서 그만큼 '활동 할 수 있는 체력적 시간' 또한 늘었다.


퇴근하고 나면, 소파에 앉아 멍 때리며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한데, 혹독한 퇴근길 탓이다. 사람들이 꽉 들어찬 버스나 지하철에서 몇십 분을 버티고 나면, 회사에서 일한 것보다 더 지쳐버린다. 집에 오면 허겁지겁 밥을 먹고 텔레비전만 보다가 하루가 간다. 분명 칼퇴를 했는데, 야근했던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만 같아서 씁쓸해진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일이 끝나고 바로 '다른 활동'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취미를 하고,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이라면 두 번째 일을 할 수 있다.




회사원은 감정 노동자


만나서 얘기하면 금방 할 이야기를, 메신저나 메일로 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오히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존의 방식은 '만나서 이야기하면 되니까' 중간중간 업무를 정리하는 과정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만나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중간중간 정리해두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각자의 업무를 정리해둔다면 '꼭 만나야만 하는' 상황이 줄어들 수 있다.


최근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zoom이나 notion과 같은 연결성과 호환성이 높은 도구들을 활용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일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꼭 필요한 만남만 하게 되면, 불필요한 관계로 인한 소모가 줄어든다.

물론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하고 편리한 도구들 (카톡이나 화상미팅, 기록 앱 등)이 괴롭힘의 도구가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PC OFF가 되지 않아, 상사가 야근을 더 시킨다는 불만들도 들려온다.


그러나 어차피 그런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그들도 어쩔 수 없이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해보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도 난 출근하고 싶은 걸?


모두가 같은 마음인 것은 아니다.

일주일쯤 재택근무를 하던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겼다. "회사 나가서 사람들이랑 같이 얘기하고 싶다."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들 중에는 '부대끼는 맛'이 없어서 아쉽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요즘 90년대생'이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다. "난 회식이 좋은데?" 라며, 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그들의 일터가 '괜찮은 사람들의 집단'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 에너지를 받는 성향의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재택근무가 좋다 VS 출근하는 게 좋다 이렇게 나누어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이번 기회에 경험하게 된 것은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구나" 라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했을 때, 더욱 업무 효율성이 높은 사람도 있고, 출근해서 동료들과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업무를 해야 성과가 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좀더 다양한 업무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이 변화는 절대 소소하지 않다.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 어쩔 수 없이 함께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다. 몸이 불편한 사람, 멀리 사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그리고 우리가 생각지 못한 더 다양한 사람들을 우리의 '일터'로 끌어들일 수 있다.


다양성은 '당신도 함께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새로운 변화, 혁신, 시도, 발전은 안전성을 토대로 나온다. 내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어렵다.




우리가 각자의 방식대로 일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함께 일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주 5일제가 시행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제가 둔화될 것을 두려워했었다. 토요일에 놀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었다. 지금과 달라져본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을 모두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다른 세상은 가능할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다른 세상이 가능한 듯이 요구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존재할 때만, 비로소 다른 세상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를 번역한 제현주의 에필로그 중에서.


이 어둡고 불투명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들이 지나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우리가 좀더 열린 마음으로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