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당신에게

맥파이앤타이거에서 마신 보이생차

by 단단

일요일 오후. 남편은 자고 있다. 날 좋은 가을 주말. 집에만 있고 싶지는 않은데 보아하니 남편의 낮잠은 최소 세 시간이 예상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말 일과이다. 나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 한잠 거나하게 자는 것. 그는 피로도, 스트레스도 모두 잠으로 푸는 사람이니까. 그에게는 잠이 그 무엇보다 달콤할 것이다.


나는 다르다. 나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 두통이 심하거나 체할 정도로 몸이 안 좋은 날이 아니라면 아침에 눈을 뜬 후 절대 다시 침대로 가지 않는다. 그만큼 오래 자고 늦게 일어난다. 남편은 일찍 일어나고 낮잠을 잔다. 신혼 초반에는 잠 습관이 다른 게 불편했다. 나는 늘어지게 열시든 열한시까지 자고 싶은데 일찍 일어난 남편은 달그락 달그락 아침을 준비하고 나를 깨운다. “밥 먹자.”


남들이 들으면 배 부른 소리라고 하겠지. 주말마다 9첩 반상 (정말이다. 남편의 상차림은 기본이 9첩이다.) 을 받아 먹는 삶이라니. 나는... 나는.. 느즈막하게 일어나 사과 반쪽에 보이차 한 잔이면 충분한데. 이렇게 5년이 지나고 나니 빈 속에도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낮잠을 잘 때 혼자 할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볕 좋은 주말 오후, 연남동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자고 있는 침실의 문을 닫고 나갈 준비를 한다. 샤워를 하고 재빨리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선다.


연남동에 찻집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티브랜드 맥파이앤타이거의 쇼룸이 연남동에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봐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이다.

나무로 된 찻장, 종이로 접은 오리가미 조명, 고아한 매력의 티포트, 토림도예의 개완과 직접 제작한 듯한 소품들. 아, 참 공들여 만든 공간이구나.



“오늘은 날이 좋으니까, 어떤 차도 잘 어울릴 거에요. 보이 생차나 백차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쇼룸 매니저의 추천을 듣고 보이생차를 마셔보기로 했다. 2016년 대설산 보이생차. 복숭아 향이 나는 가볍고 달콤한 차다. 진하게 달다기보다는 상쾌하게 달다. 차의 향기를 깊은 숨으로 들이마신다. 통 통 통 과일 젤리가 튀어 가는 느낌이다. 좋다. 나오길 잘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집에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비슷한 성향이니 결혼하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주말에 캠핑을 가자거나 등산을 가자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반 나절 집도 치우고 책도 들춰볼 여유가 필요한 사람이니까. 결혼하고 알았다. 집순이 집돌이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는 것을. 둘다 집에 있기를 좋아했지만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꽤 달랐다. 오후에 두 세 시간쯤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풀어내는 나, 잠으로 일주일 간의 무게를 털어내는 그.



좋아하는 차의 분위기가 가득한 티룸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나에게 맞는 방식의 휴식. 기분이 한결 좋아져서 몸을 들썩이며 차와 시간을 보낸다.


“드르륵”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낮잠을 마친 남편의 연락. 헬스장에 다녀와서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그래, 그러자. 결혼하고 ‘같이 사는 법’ 만큼 중요한 건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 이다. 따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충만해야 같이 지내는 게 더 즐거워진다. 초반에는 남편의 낮잠 시간 동안 빨래, 화장실 청소, 밀린 걸레질을 몰아서 하곤 했다. 청소 후 깔끔해진 집을 보는 게 기분 좋은 날도 있었지만, ‘나만 왜 이러고 있나’ 싶어서 기분 나빠질 때도 있었다. 그럴 것 같은 날에는 고민 없이 나와야 한다.




보이 생차를 눈을 감고 마신다. 티브랜드의 쇼룸은 고요해서 좋다. 이 곳에 온 손님들은 모두 조용히 차를 마시거나 가만히 이야기를 나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 틈에서 나도 같이 고요해진다. 우리 집에는 없는 우아한 토림도예의 개완으로 실컷 차를 우리고 감상한다. 시간을 늘려가며 우릴 때마다 달라지는 맛에 집중해본다. 큼지막한 찻잔에 홍차를 우려 마시는 유럽식 차도 좋지만, 손바닥에 감싸지는 작은 개완에 조금씩 여러 번 우려 마시는 중국식 차도 좋다. 우릴 때마다 달라지는 차의 맛을 느껴보며, 나의 기분을 살핀다. 괜찮아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충분히 충전을 할 때쯤 남편이 왔다. 이제 다시 함께의 시간을 보내러 가보자.



직접 고르고 구매해서 마셔본 차를 소개합니다.

브랜드명 | 맥파이앤타이거

제품명 | 2016 대설산 보이생차

가격 | 20,000원 (3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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