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변화가 필요한 당신에게

다도레에서 마신 금훤

by 단단

부드럽고 가벼운 우롱차를 낮은 온도에서 여러 번 우려 마시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다. 낮은 온도에서 우리는 차는 단맛과 풍미가 높아진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아니라면, 너무 더운 여름이 아니라면, 시간 여유가 없는 게 아니라면, 적당히 식은 물로 우린 차가 좋다.



다도레는 한국 차를 주로 취급하는 브랜드이다. 잭살차나 호지차를 마셔볼까 하고 티룸에 들렀는데, 큼지막한 창문을 흐린 연희동의 지붕들을 보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은은하고 차분한 한국의 발효차보다 향의 밀도가 높은 차를 마시고 싶어졌다.


“우롱차가 있을까요?”


“한국 우롱차도 있긴 한데, 아직은 시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정도에요. 대만에서 직접 구매해 온 우유향의 우롱차가 있어요. 금훤이라고요.”


“금훤, 좋아해요. 마셔볼게요.”



앙증맞게 작은 다관으로 금훤을 우렸다. 오늘 차와 함께 고른 책은 정혜윤 작가의 ‘사생활의 천재들’. 몸이 축축 늘어지는 날에는 정혜윤 작가의 책을 읽는다. 그녀의 활활 타는 에너지를 빌리고 싶어진다. 얼만큼 뜨거운지, 차를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더 잘 살고 싶어졌다. 친절하지 않은 그녀의 언어는 때로는 거칠지만, 적확하게 나를 찌르고 이끌고 부른다.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에 나도 같이 발맞추어 변하느라 정신이 없어. 그런 식으로 우리는 바쁘게 살아. 자신의 바쁨조차도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면서. 세상이 변하든 변하지 않든 그것은 우리를 지배해. 우리는 따르는 수밖에 없어. 이 세계관 아래서 우리의 삶은 알리바이에 불과해.

하루는 내 친구가 전화로 내게 물었어. "자고 났더니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어?" 그래, 바깥 세상은 똑같았지만 난 바뀌었다고 대답했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과도 같아. 그렇기 때문에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지만 나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대답했어. 일단은 잠을 충분히 잤기 때문에, 밥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그리고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잤기 때문에, 내가 아이처럼 단순해졌기 때문에, 뭔가 좋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다고 느꼈던거야.

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금훤을 한 모금 더 마신다. 목 뒤로 넘어가는 찻물에서 우유향이 난다. 입에 남은 차의 흔적이 느껴진다. 찻잎이 가진 미세한 떫음을 즐겨본다. 정혜윤 작가 말대로 세상은 똑같지만 난 바뀌었다. 일단 오늘 연차여서 회사에 안 갔기 때문에, 흐린 가을날이지만 오후의 볕을 쬐었기 때문에, 점심을 건강하게 먹었기 때문에, 그리고 좋은 차 한 잔을 마셨기때문에, 내가 아이처럼 단순해졌기 때문에.


좋은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면,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 바라보는 나의 눈이 변해서, 그렇게도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




직접 고르고 구매해서 마셔본 차를 소개합니다.


브랜드명 | 다도레 (dadore)

제품명 | 대만 금훤 (밀키 우롱)

가격 | 다도레 티룸에서 1인 7천원 (티룸 대표님이 산지에서 구매한 차로, 별도 구매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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