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하루를 다독이며 마시는 차, 세러니티

by 단단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나쁜 습관이 생겨버렸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 것이다. 처음 몇 주는 출퇴근 시간을 아껴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늦잠을 자게 되었다.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하다가 업무를 마치고 나면 오늘 하루는 일어나 집에서 일한 것 말고는 한 게 없다는 생각에 밤늦게 까지 책을 읽고 과자를 굽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다음 날 아침은 늦잠을 자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오랜만에 함께한 책모임에서 한 책 친구의 근황을 들었다. "저 요즘 미라클 모닝 챌린지 해요. 오전 6시 전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건데, 그렇게 하면 하루가 길어지고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하는 책을 읽었어요. 해보니까 전보다 많은 걸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7시에도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하는 나에게 6시 전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말은 멀찍이 떠나가버린 꿈인데, 이상하게 그 날은 마음이 움직였다. 나도 해봐야겠다. 하루를 더 길게 보내는 방법, 미라클 모닝 챌린지.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나에게도 아침형 인간에 대한 환상이 있다. 잠자는 시간 자체가 많지만 굳이 수면 패턴을 고르자면 올빼미형에 가깝다. 밤늦게 보내는 시간은 하루의 피로가 덧입혀져서 시간을 쫀쫀하게 쓰지 못하고 늘여 쓰는 느낌이다.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보면 새벽에 명상도 하고, 책도 읽고 요리도 하던데. 그 모습을 본 나는 늦은 밤보다 아침이 더 에너지가 충만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접 만난 책 친구의 '간증'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시작한다, 미라클 모닝 챌린지.


그다음 날 아침. 나는 매일 그렇듯 나를 용서했고, 스스로를 용서한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이렇게 눈을 뜨기가 힘들다면 몸이 피곤하다는 증거야. 이 상태로 일어나면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조금 더 자고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하자.' 그리고 두 시간을 더 잤다. '평소에는 9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사과로 아침을 먹고 9시 반에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했으니 8시면 그래도 나아진 거지.' 그러나 잠이 다 깨고 정신이 들면 후회가 밀려온다. 왜 그랬지, 도대체 왜 그랬지.


"그래, 늦게 자는 것부터 고쳐야 해."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잠들어야 하니까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보기로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립밤을 바르고 안약을 넣고 완벽한 숙면 준비를 마친 채 이불속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잠을 주문하고, 부르고, 기다렸다. 문제는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아 와라 와라 외치며 누워 있으면 더 정신이 말짱해진다.


차를 한 잔 마셔야겠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타바론의 세러니티 (TAVALON, SERENITY)를 마신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되도록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세러니티는 캐모마일 베이스의 허브티이다. 국화의 찐 맛과 꽃 비린내가 싫어서 캐모마일 티를 즐기지 않는데, 세러니티는 블렌딩으로 국화의 단점을 가렸다. 페퍼민트와 레몬그라스의 상쾌한 향이 꽃 비린내를 잡아주고, 루이보스와 바닐라가 부드럽게 맛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 지혜로운 블렌딩 덕분에 캐모마일 티는 누구에게 선물해도 열이면 열 모두 환호한 차다. 책이나 차는 취향이 각자 다르고, 잘 아는 사이라도 정확히 맞추기가 어려워 추천을 잘하지 않는 편이지만, 세레니티는 자주 선물한다.



크림 주황빛. 세레니티를 3분 정도 우리면 연하고 차분한 맑은 크림 주황빛 수색을 보여준다. 1분 정도 우렸을 때 마셔보니, 연한 노란 연둣빛의 수색에 페퍼민트와 캐모마일의 꽃향이 강했다. 2분을 더 기다려 3분을 우리고 나면 블렌딩 된 모든 재료들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


[첫 향] 페퍼민트

[중간 향] 레몬그라스/ 캐모마일

[끝 향] 루이보스 / 바닐라


페퍼민트와 캐모마일 향이 화- 하게 먼저 느껴지는데 들뜨는 상쾌함이 아니라 차분하게 다가와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싱그러움이다. 향을 한껏 느끼고 차를 맛본다. 루이보스와 바닐라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코로, 입으로, 눈으로 차를 즐기며 밤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아침의 명상이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게 한다면 (평일 아침 명상은 좀처럼 해보지 못했지만) 밤의 명상은 하루를 다독이며 정리하게 해 준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굳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일찍 잠들지 않아도 나에게 맞는 시간대가 있는 것 아닐까? 이렇게 또 내 멋대로 합리화를 해본다.


라벨의 컬러와 똑 닮은 크림주황빛 수색. 마신 날의 찻물 사진이 없어요. 아쉬운 마음에 틴캔이라도 찍어 보았어요.




직접 고르고 구매해서 마셔본 차를 소개합니다.


브랜드명 | 타바론 (TAVALON)

제품명 | 세러니티 (SERENITY)

가격 | 19,000원 (28g, 미디움 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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