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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an 13. 2021

어린이를 기억하시나요?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사람들을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속성 중 일부로 사람들을 분류하고 '다르다'고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집단을 나타내는 단어를 살펴보면 그 집단이 '소수'인 경우가 많다. 그 단어에서 '소수성'을 제외해보자. 그래도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 뉘앙스가 달라진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강조하려던 뉘앙스가 무엇인가? 정보의 흐름이 그렇다. 소수는 정보를 드러내고 다수는 정보를 본다.


워킹맘 대신 '일하는 부모'

여배우 대신 '배우'

외국인 노동자 대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대할 때, 우리는 동등한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나이가 어린 미숙한 집단'으로 바라본다. 그 뉘앙스를 호칭과, 말투, 시선에 담는다. 내가 처음 만난 어린이에게 반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애기야, 안녕?" 하고 인사하지 않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모두가 똑같은 이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집단을 구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집단을 '보호'해야 할 때이다. 어떻게 피해를 입었고, 어떤 보호가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한다.


어린이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다가, 노키즈존, 코로나, 아동학대 사건들을 차례로 지켜보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린이 문제는 소수자 문제의 시작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이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어린이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되어 본다는 것은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에 '나도 해봐서 아는데!' 라고 받아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험이다. 그런데도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라면, 여기서는 그 어떠한 소수자도 존중받을 수 없다.


나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어린이를 길러내기로 했다. 지금은 『어린이라는 세계』 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잊었던 어린이들을 기억해보면 좋겠다. 우리가 어린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으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마음이 아팠다'로 끝나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어린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만의 방식으로 읽고 알리고, 잘못된 표현들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신조어와 유행어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새로 만들어진 말들 중 꽤 많은 언어들이 '약자를 조롱하고 대상화'한다. 최근 유행했던 '-린이' (주린이, 요린이 등등) 도 사용하지 않는다. 궁금하다면 이 단어의 시작을 알아보시라. 결코 아름답지 않다.


어린이의 인생이 소수의 어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사회, 다른 어른들이 함께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이를 낳지 않고도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나는 언제나, 내가 사는 이 곳이 매일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란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참 기분이 좋았다.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 없이 아이들과 어울리는 독서교실 선생님이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니 어린이 문제를 즐겁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많은 어린이, 독립적인 어린이, 정리정돈을 잘 하는 어린이, 소중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어린이, 능력을 부풀려 말하는 어린이. 이 책에는 다양한 어린이들이 나온다. 우리 모두가 다 다른 성격과 모습을 가진 것처럼 어린이들도 그렇다.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감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살고 싶다. 그래서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꼭 메모를 남겨둔다. 지금의 내 마음을 기록해두고, 중간중간 꺼내어 봐야겠다.


어린이의 직관은 무엇을 꿰뚫어보는 신통한 능력이 아니라, 있는 것을 그대로 보는 힘이다.
- 어린이는 정치적인 존재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어린이가 '피어 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글을 쓴 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틀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 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갖는다. 내 말은 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 삶을 선택한다는 것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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