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수 없다면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건가.
여행기를 쓰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쓰더라도 무언가 나만의 언어로 정리된 그 '무엇'에 대한 고민을 많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을 잃어버렸다. 그 '무엇'은 읽는 사람들이 느껴주면 좋은 것으로 떠넘겨버린 듯 하다. 매일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발행하지 못하는 글 쪼가리들이 쌓여가고 있다. 매일 한 두명의 사람이라도 나의 브런치 구독을 누른다. 마무리 되어지지 않고 있던 글을 다시 펼쳐 들면 이내 숨이 막힌다.
놓친 순간들 때문이다.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도 많다. 모두가 작가인 시대이니 말이다.
그리고 난 여행자가 아니라 제주에서 먹고 사는 사람이기에 그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
새롭게 관찰하고 싶고 새롭게 보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건 대부분 비슷하다. 예쁘면 예쁘다하고 아름다우면 아름답다고 하고 미우면 밉다고 쓸 수 밖에 없다. 제주에 대한 이야기는 더 그러하다.
무엇보다 색다른 글의 바탕은 보고 있는 것의 차이가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그 사람의 뇌와 연결되어 있다. 점점 난 평이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정보성의 글을 다루고 싶진 않았다. 지금껏 써 온 여행기에서 그러했듯이...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 인문학의 핵심은 '무엇을 알고 있다'가 아니라, '어떤 것과 어떤 것을 잘 연결시키느냐' 인 것인데 나의 글엔 인문학적 소양이 없다는 것을. 그렇게 점점 생각 하는 것을 피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좋은 풍경, 함께 여행을 한 사람, 그리고 일상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때의 느낌을 짧게라도 기록하던 시절을 지나 유럽으로 떠났다 돌아오면서 사진으로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나의 기술 부족일 수 있겠지만 내 마음과 느낌을 다 담기에 사진은 너무 작은 공간이었고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저 푸른 자연은 광활해도 너무 광활했다. 제주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왜 자꾸 담기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담기길 바라다가 지금은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굳이 담아 놓은 글이기도 하고, 담으려고 애써 찍은 사진들이긴 하니. 올려본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일단 묻어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