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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미 Aug 20. 2015

습관을 통한 소소한(?) 변화

나는 습관을 만들지만 습관은 나를 만든다.

얼마 전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을 봤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제목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나 역시 제목과 마찬가지로 태도에 관련한 생각을 참 많이 해 왔던 것 같다.

태도, 습관, 가치관, 세계관과 같이 주변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사랑과 연애, 일, 꿈과 같이 우리 인생에서 큰 카테고리들을 중심으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 밥장의 <밤의 인문학>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쭉 읽어 나갔었다.


제주도 여행에서 매일 아침 8~9시 경에 일어났다. 물론 하루를 이보다 더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지만 최근 1년간 백수인 상태의 나의 생활에서 그 시간은 부끄럽지만, 이른 시간이었다.

태생이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 어려웠던 나는 회사 생활에 있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기염을 토했던 적도 있으니 어쩜 '태생'이라는 말은 그저 핑계에 그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제주도 여행 이후 집에서의 생활도 아침을 조금 일찍 시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쉬는 동안 정신없이 불어난 몸무게와 병든 닭과 같은 비몽사몽 한 상태는 비례한다. 그러니 도무지 아침이 내게는 없었고 새벽이 늘 길었다. 

아침형 인간으로 사는 것이 무리스럽다고 여긴 나는 그래도 조금은 일찍 일어나 보기로 마음을 먹고 현재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전날 급격하게 술을 퍼마시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보면 그들에게도 나름의 규칙과 습관이 있다. 나는 살면서 일부러 습관을 만들거나 규칙을 세워 본 적이 드물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그것들을 다 하기에 하루는 무척이나 짧았다. 하지만 현재 집에서의 생활은 하고 싶은 것 보단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태고 막막한 꿈으로 가는 터널을 무작정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하루가 길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다짐한 것은 습관과 규칙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습관을 만들지만 습관은 나를 만든다.

어디선가 본 글귀인데, 사실 누군가에게서 나온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습관을 만든다는 생각까지는 해 봤다. 습관이 나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은 아주 쉽게 나의 나쁜 습관들을 줄줄이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습관들이 있다.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 인해 스며든 것들 말이다. 일종의 습관처럼 반복되는 그것이 어느 덧 그 사람의 삶이 되고 또는 태도가 되며 가치관이 되는 경우를 면밀히 따져보면 찾아볼 수 있다.

나의 경우 대학시절 힙합동아리에 나름(?) 댄서로 활동하게 되면서 힙합 음악을 처음 접했다. 물론 오디션을 볼 때는 힙합을 아는 것처럼 말했지만...... 

동아리의 공연을 준비하고 래퍼들의 랩을 들으면서 차차 힙합 음악 중 해외 뮤지션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스무 살이 넘었던 그때부터 나는 십 여년간 팝을 듣고 있다. 가요를 거의 잘 듣지 않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는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일이 왜 필요한 지 몰랐으면 달달한 거 믹스커피 한 잔이면 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커피숍을 다니고 커피를 마시는 일이 늘어나면서 원두의 종류와 맛을 가늠하게 되었고 지금은 믹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은 주변 환경과 사람에 의해 자연스레 몸에 밴 습관이 된 것인데.... 이런 경우 좋고 나쁨을 따지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자신의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란 말이 왜 있겠는가. 무엇보다 나쁜 건 빨리 배워서 익히고 좋은 것은 그만큼 체득화 시키기가 너무 어렵게 때문에 생긴 말이 아니던가. 다이어트 작심삼일, 금연 작심삼일, 운동 작심삼일, 독서 등등 말이다. 어느 누가 봤을 때도 건전하고 건강해 보이는 일들은 좀처럼 습관이 배질 않는다. 


습관, 버릇과 같은 말은 많은 부분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습관처럼, 버릇처럼 그리고 그 안엔 나도 모르게 몸에 익은 나쁜 것들 투성이다. 늦잠 자는 버릇, 아무 데나 옷을 벗어놓는 습관 그런  것처럼 말이다.

회사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단점 외에 습관을 적으라고 하면 어쩜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가장 빠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그걸로만 누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흐르는 방향과 대중소이를 따져보자면 버릇 - 습관 - 태도- 가치관 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애초에 버릇을 잘 들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삶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을 철학이라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들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되게 고민하는 것이 철학이고 인문학이다. 나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라는 좀 장대해 보이는 고민을 할 때마다 멋지게, 행복하게, 즐겁게 와 같은 추상적이면서 감정적인 단어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곰곰이 따져보면 작은 습관 하나가 인생에서 아주 크게 나타날 때가 있다. 대부분 그렇다.

그러니 우리는 좋은 습관을 들이고 그것이 나를 만들고 내 인생을 다르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좀 더 인생의 빛을 구체적으로 짤 수 있을 것이다.


늦잠과 낮잠을 자지 않겠다. 적게라도 운동을 할 것이다. 하루 한 편 말이 되든 되지 않든 글을 쓸 것이다.

이걸 우리가 잘 아는 큰 단어들로 풀면 성실하며 건강하고 하고 노력하는 삶인 것이다.


그리고 좋은 버릇, 좋은 습관, 내가 늘 실패라고 여겼던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을 가까이에 두자. 사실 그게 가장 느린 것 같지만 나름 가장 큰 변화와 효과를 준다. 그래서 사랑을 하는 연인 사이에선 상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서로 가장 밀접하게 영향을 받으니 말이다.


늦지 않았다. 버려야 채울 수 있으니 나쁜 거 하나 버리고 좋은 거 하나 채우자. 각자의 기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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