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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책] 태도에 관하여_임경선

by 진미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을 산 이유는 우연히 SNS에서 본 책의 구절 때문이기도 하면서 제목이 유달리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태도'라는 것에 대한 주제로 언젠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무엇하나 뚜렷할 것이 없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어쩌면 "태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어떠한 태도는 큰 호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어떠한 태도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할 만큼, 담고 있는 생각, 표정, 가치관이 투영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니던가.


어디까지나 행동을 일으킨 다음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릿속에서 선만 긋는 것과는 다르다.
확고한 생각이나 단단한 가치관이 되어주는 것들은 내가 자발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체득된다.
머리 속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일단 그 상황에 나를 집어넣어보는 것이 좋다. P.19


몇 페이지 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이 글이 나에게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를 준 부분이다.
작가 나름의 생각으로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에 대한 정의 역시 많은 생각을 남기는 부분이었다.
그러한 정의들은 인생에서 때론 유용하다.


자발성 -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관대함 -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이해한다.
정직함 -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성실함- 누구나 원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함 - 나와 너의 개인성을 인정한다.

작가는 각각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가지 일상의 예들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 세대가 가장 고민하는 꿈, 취업, 연애, 결혼 등과 관련해서 뚜렷하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런 삶이 아주 가치 있다는 꼰대의 주장도 아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과연 '나는 어떠한 가치들을 어떠한 태도로 실현하며 살았던가'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등단작가가 아닌 저자가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주변의 시선을 견뎌내는 일은 사뭇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문학계가 가진 폐쇄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언급이면서도 이단아 취급이 묘하게 쾌감을 준다는 느낌도 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유달리 다르게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그 안에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그러한 상태를 나름 이겨내는 것은 그녀가 책에 담은 삶에 대한 여러 가지 태도들 덕분은 아닐까.

단단하지만 유연하고 확고한 나만의 태도를 가지고 산다면, 극변하는 세상에서 크게 상처받을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종반부에 김현철 정신학 의사와의 대담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왜 이러한 태도들에 대한 고민과 정의가 나왔는지 다루는데 그 부분 역시 흥미롭다. 앞에 인용된 내용과 같이 어떤 한 사람의 가치관은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형성되는 경우가 드물다. 하다못해 책을 읽는 행위 역시 직접 경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하지 않으면 단단한 가치관이라는 것은 먼 이야기다.
그와 관련한 내용들은 정신의학적으로 유연히 풀어가는 부분이다.

자신의 정서와 영혼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 카를 융도 얘기했지만 인생의 전반기가 외부에 대한 적응의 시기라면 인생의 후반기는 내 안의 나와 갈등을 수용하는 시기다. P. 298~299


이 책은 쉽지는 않지만 내가 어떻게 뭘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된다면, 조금은 작가의 글들을 따져 물어가며 잊었던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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