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견디는 일 / 외로움을 견디는 일 #1
# 이른 저녁,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부터 밀려오던 피곤함과 지친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집으로 향하는 길, 맥주 한잔 할까? 아님, 진하게 소주 한 잔 할까? 아니야 그러면 내일이 힘들거야. 라는 고민하면서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그 누군가를 찾던 날.
친하다는 친구, 친했던 친구, 아는 사람, 술 한잔 진하게 먹었던 누구, 누구, 누구, 또 그 누구,
쑥쓰럽고 창피한 마음에 톡 남겨 보지만 아무도 답을 주지 않던 그날, 결국 혼술에 만취한다.
# 오늘은 혼술 하지 않으리라. 괜한 상념들로 비우던 술병이 늘어만 갈수록 나의 다음날은 처참하고, 여자 나이 서른이 넘어 혼술을 자주 하면 푸석해지는 얼굴과 다크서클의 재생 속도를 가뿐히 노화의 속도가 이겨버리니
하면서하면서 나를 다독이며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술 한잔 할래?"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녀석, 무슨 일 있는 건가? 언젠가 술 한잔 진하게 마셨던 누구, 오늘도 술 생각이 났던 건가? 친구가 됐든, 오랜만에 연락하는 녀석이 됐든, 한 번 본 누군가가 됐든,
그래, 고맙다. 나도 오늘은 혼술이 싫었어. 라고 냅다 달려가보지만.
힘들 때 날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은 나중에, 나중에 오늘이 지나고 난 뒤에나 할게.
우리 사는 게 다 왜 이런가 싶다.
언제쯤 외로움도 타인도 수월하게 견뎌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