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의애나 Mar 21. 2018

호주 차일드케어: 지속가능성의 교육

재활용의 미학

호주의 차일드케어 교육에서는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모든 센터들이 이 지속가능성을 지향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방대하고 지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센터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만큼, 아주 중요한 교육 요소 중 하나이다.


내가 일하는 센터는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실천 방안 중 하나로 두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연도의 지속가능성 실현 계획 중 두 가지는 "물, 전기 아끼기"와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이다. 너무 당연한, 옳은 말 같은가? 하지만 계획만 세우는 것은 꿈을 꾸는 것과 같기에, 우리는 큰 계획을 조각조각 나눠 작게 만든 뒤, 실천 방안을 세우곤 한다. 이것이 일 년 동안의 계획이 되는데 이번 미팅에서는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랩의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아주 뜨겁게 의견을 나눴다.






한 달 전 즈음, 나와 두 명의 선생님은 Reverse Art Truck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재활용 미술용품 트럭"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이곳은 처음에 재활용품을 트럭에 담아 저렴하게 판매하던 비영리 단체인데, 지금은 좀 더 규모가 커져서 컨테이너로 바뀌었다.  

 

차일드케어 공부할 때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곳인데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했던지라 어떤 곳일지 정말 궁금했다.





  

리버스 아트 트럭, 외관



남들이 보기엔 "헉, 이게 뭐하는 쓰레기장이지"라고 생각할 정도의 허름한 외관.





안으로 들어가면 더 기괴한 장관이 펼쳐진다. 온갖 잡동사니와 자잘한 부품들, 그리고 큰 사이즈의 자르고 남은 부품들.


나는 들어가자마자, "우와 내 세상이다" 싶었다.


이곳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주로 미술용품/놀이용품을 사려고 2 dollar shop이나 Lincraft에 가곤 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투 달러 샵이라고 해도 인형 눈알 세트 하나만 사려고 해도 이천 원이 넘어가는 마당인데.. 이곳은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을 저 쓰레기봉투에 꽉꽉 담아 20불인가 한다.


나와 두 명의 선생님들은 정말 열심히 눌러 담았다. 결국 가지고 나갈 때에는 너무 무거워서 쓰레기봉투가 찢어질 뻔했을 정도!


이곳에서 가져온 다섯 개의 로션 용기에 각각 다른 색의 물감을 담아서 놓아주었더니 아이들이 큰 캔버스에 상상력과 행복함을 표현해주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재활용품이 장난감, 교육용품이 되는 사례는 이것 말고도 정말 많은 것이 있는데,

예를 들어 병뚜껑을 통에 넣으면 딸랑이가 되고, 플라스틱 우유통은 뚜껑에 구멍을 뚫어 물뿌리개가 된다.



비싸고 좋은 재질의 장난감들도 좋겠지만 아이들은 그것들이 얼마나 더 비싸고 깨끗한지에는 관심이 없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널려있는 장난감들을 놔두고 주방으로 와서 주걱을 들고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장난감"이라고 이름을 붙일만한 그 알록달록한 색의 플라스틱이 아니라 주변의 친숙한 물건들로 함께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어준다면 그 아이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아직 나에게도 지속가능성은 가깝지만 멀고, 어렵고 방대한 주제이다. 하지만 먹고 남은 요플레 통을 가지고 뭘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 플라스틱 통들을 모아 드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지속가능성의 교육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것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밝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 멜버른 차일드 케어의 설날 맞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