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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애나 Feb 27. 2018

호주 멜버른 차일드 케어 교사의 하루

쳇바퀴처럼 굴러가지만 그 안에서 웃음이 끊기지 않는 일상

나는 호주 멜버른의 차일드 케어에서 일한다. 이번 년도부터는 베이비 반(0-2세)의 부담임으로 풀타임 일을 시작했다. 


격주로 출퇴근 쉬프트가 다른데 한 주는 8시부터 5시, 그다음 주는 9시부터 6시(클로징)이다. 이렇게 격주로 쉬프트가 짜여지는 이유는 센터의 모든 에듀케이터(교사)들이 각각 이른, 늦은 쉬프트를 겪어봄으로써 공평하게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센터에 머무는 시간은 총 9시간. 모닝티 브레이크 20분, 점심시간 1시간으로 실제 일하는 시간은 7시간 40분이다. 쉬는 시간은 센터마다 약간씩 다른데 내가 일하는 센터는 모닝티 브레이크는 수당에 포함되고 점심시간 1시간만 수당에서 제외되는 쉬는 시간이다. 한 달에 한 번은 "로스터 데이 오프"라고 해서 풀타임들에게 주어지는 유급휴가 날이 있다. 하루 공짜로 버는 느낌.






7시 반.

센터 오픈


8시. (출근)

우리 반 교사들 중 가장 먼저 출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반의 하루를 여는 담당.

아이들의 물통에 물을 담아 바구니에 넣고, 출석부를 확인해서 커뮤니케이션 보드와 기저귀 차트에 아이들 이름을 적는다. 7시 반(오프닝)에 시작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있는 반으로 가서 내 출근 전에 먼저 도착한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몇 시에 일어났는지, 별 특이 사항은 없는지?"


8시 반.

다른 교사들이 출근을 하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하면 우리 반 애기들을 데리고 우리 반으로 돌아온다. (나 한 명이 돌볼 수 있는 아이들의 수는 4명이 정원. 호주 멜버른의 법규상, 한 명의 교사가  0-3세 아이들 4명을, 3-5세의 아이들은 11명을 돌 볼 수 있다.)


9시경.

우리 반 선생님들이 출근을 하고,

아이들에게 안에서 놀고 싶은지, 밖에서 놀고 싶은지를 물어본다.

밖에서 놀고 싶다고 하면 (지금은 여름이기 때문에) 선크림을 한 명 한 명 발라주고 옆 마당으로 나간다.

옆 마당 세이프티 체크(안전 체크)를 마치고 뒷마당으로 가고 싶다면(아이들의 의견 존중) 뒷마당으로 향한다! 11시쯤 되면 자외선 수치가 너무 높아져서 밖에서 놀지 못하기 때문에 여름 시즌에는 무조건 빨리 나가서 놀고 점심시간 전에 방 안으로 돌아오는 게 상책이다. (너무 안에서만 놀면 애들이 에너지를 주체를 못 하고 미쳐버림)


9시 반.

모닝티

(호주에서는 모닝티, 애프터눈 티라는 게 있는데(회사에서도) 간식(과 커피) 먹는 시간이다..)


교사들도 출근 순서에 따라 모닝티 20분 쉬는 시간을 갖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놀고 있는 아기들을 불러 모닝티 먹고 싶냐고 물어보고 먹고 싶다고 하는 애들을 세숫가로 데려가 비누로 손을 씻고 핸드타월로 물기를 닦게 하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식탁에 앉으라고 부탁한다. 걷지 못하는 애기는 제외. 아직 걷지 못하는 애기가 있을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손이 더 가기 때문에 물티슈로 대체한다.


주방의 쿡이 준비해준 세 가지 다른 과일과 통밀 식빵, 테이스티 치즈 스틱을 모닝티로 먹는다.  


11시.

점심시간

이 시간쯤 되면 토들러, 킨더 반 애들이 다 뒷마당에 나와서 놀고 있을 시간이기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는 관계로 대부분 우리 반 애기들은 옆 마당으로 돌아온다.

손을 씻고 턱받이를 둘러메고 자리에 앉는다.


베이비 반만의 특별식. 안트레(entree) 세 종류의 스팀 베지^_^ 찜 야채!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당근

잘 먹는 애들은 무시무시하게 잘 먹는데 야채 싫어하는 애들은 매일매일이 지옥일 것이다.

세 가지 야채 중에 하나라도 먹어야지 교사들이 메인 디쉬를 제안하는데 하나도 안 먹으면 그때부터 줄다리기 신경전 시작!


12시경.

나잇나잇! 낮잠 시간

(12개월 언저리의 어린 아기들은 하루 일과를 모두 따르지 않고 잠자야 될 때 언제든지 취침한다.)


출근한 순서에 따라 교사들의 소중한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2시경.

스멀스멀 일어나는 아이들.

방 안에서 조용하게 노는 시간을 갖는다.(아직 자는 애들을 깨우면 안!됨!)


3시경.

(거의 모두가 꺠어날 시간.)

애프터눈 티

밖으로 나가거나 안에 그대로 있거나(아이들 의견 존중), 그 장소가 어디든 간식을 먹는다. 이 또한 세 가지 종류의 과일과 트릿(특별 간식). 케이크, 요거트, 뻥튀기에 베지마이트(호주만의 엄청나게 짠 쨈) 등등이 특별 간식의 종류이다.


요즘 우리 반에서는 애프터눈 티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어서 돌아가며 설거지도 한다.


4시경.

빨리 퇴근하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픽업하러 오기 시작한다.(한국과는 다르게 유치원 셔틀버스 이런 거 없음) 부모들의 안부를 묻고,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대화로 풀어나간다.


5시. (퇴근)

레잇 스낵(늦은 간식 시간)

남은 과일들이나 간식들을 남아있는 아이들과 나눠 먹는다.


5시 반 경.

쓰레기통을 다 비우고 식기세척기를 정리한다.


6시.

부모들이 제발 제때에 오기를 바라며 남아있는 아이들의 머릿수를 센다.

센터의 모든 문들을 걸어 잠그고 출입문에 비치된 아이패드의 출석을 확인한다.


빠이빠이 모두 내일 봐요

 



하루의 일과는 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시간을 토막토막 낸 것처럼 빠른 페이스로 진행된다. 하루 일과에서 하나라도 지체되거나 변경된다면 삐그덕 삐그덕 거릴 수 있는 요소들이 꽤 많기 때문에 팀워크와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일이다. 이 일이 너무 좋아서 평생을 하고 싶다 싶은 일은 아니지만(체력 소모가 많은 일이다.) 약간의 강박적이고 꼼꼼하게 섬세한 내 성격과 잘 맞는 일이다.


 

내가 정신연령이 낮아서 애들이랑 생활하고 소통하는데 친구마냥 너무 잘 맞는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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