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궁금해하는 왜, 어떻게, 그 첫 시작
"차일드 케어 공부하기 전에 한국에선 뭐 전공/공부했어요?"
"종교학 주전공에 영문학 복수전공에 교직이수요~"
어떤 이들은 종교학에 초점을 두고 "와 진짜 전공이랑 상관없는 일 하네요."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영문학에 초점을 두고 "와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구나."라고 했다.
솔직히 세 전공 중 어느 하나 딱 하나만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내가 진짜 공부하고 싶었던 전공 살리는 사람이 몇이나 되고, 그 전공 살려서 직업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종교학은 살아가는데 넓고 관용적인 시야를 갖도록 도와줬고, 영문학은 나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줬으며, 교직이수는 어렸을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었다. 어찌 됐건 꼬이고 꼬여 /혹은/ 잘 풀리고 풀려 한국에서의 영어교사가 아닌 호주의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다.
왜 한국에서 잘 나갈 수 있었는데 굳이 외국 나가서 사서 고생하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금이 행복하다. 가끔 사람들이 유치원 교사를 애들 기저귀 갈아가며 힘들게 돈 버는 직업이라고도 생각하며, 그 의견을 나에게 반 강압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지만 나에겐 씨알도 안 먹힌다. (너나 잘 하세요^_^) 나보다 내가 하는 일에서 행복을 얻는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 같다. 나는 매일매일 나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웃음이 떠날 날이 없다. 순수한 아이들로부터 웃음을 얻고 그들에게 더 큰 웃음을 돌려준다. 이것이 참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상부상조 관계 아닌가???!!
하지만 유치원 교사를 초중고 교사와 비교해서 "아 잘 안 풀려서 디그레이드 된 길을 걷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반박할 생각은 없다. 여기서도 유치원 교사보다는 더 공부해야 초중고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건 사실이니까. (등급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6개월 공부-써티 3(Certificate 3)만 이수하면 구직활동 후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반의 담임이 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의 주춧돌이 되려면 1년 6개월 공부인 디플로마(Diploma)를 따면 시작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흔한 대학교 공부(바첼러 Bachelor)와는 급이 다르다=한 급 떨어진다.) 하지만 내가 지금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다고 해서 훗날에 초중고 교사가 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은 아니니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영주권도 받은 마당에 공부 그까짓 거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또한 초중교 교사가 인생의 업그레이드된 목표도 아니기에 남의 시선이나 말은 일찍이 차단해버리고 만다. 내가 내 기준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게 최선의 인생 살아가기니까!
워킹 홀리데이 이후 다시 호주 멜버른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나의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함이었다. 한국에서도 물론, 무조건 행복하게 잘 살아갔겠지만 나의 인생 반쪽을 만난 곳이 이곳이었고 그가 한국으로 오는 것보다 내가 호주로 가는 것이 더 많은 기회와 행복이 보장된 게 사실이었다. 차일드 케어 공부/일을 먼저 시작한 동생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호주에 가서 카페 일이나 하며(서비스업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나랑 정말 안 맞는다.) 대충 살 것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나만의 커리어를 살려서 당당히 살고 싶었기에 다시 호주로 오는 것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여러 고민 끝에 내가 항상 지향했던 가르치는 삶을 선택했고, 나의 가르침의 대상은 그들 인생의 첫 선생님, 0-2세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