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의 봄은, 되도록 안녕하길

검은 안대가 투명 안대가 되는 세상

by meldliy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을

나는 특별한 것이라고 두기로 했습니다


빨라지는 나의 걸음이 미웠고

눈길을 거두어야 할지,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나의 야속함이 미웠고

작은 웃음을 주는 것마저

저들에겐 비웃음거리가 될까

걱정하고 있는 나의 마음이 미웠습니다


나의 모든 게 미워지는 순간은

감히 1초를 지날 수가 있었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발걸음을 돌려

도착지가 정해지지 않은 비행 티켓 두장을

손에 쥐어주고 싶었습니다


티켓을 쥔 저들의 작은 동그라미 안은

관광객 하나 없는 작지만 특별한 공항이 되었겠지요


나는 동그라미 밖에 서서

입국을 기다리는 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내가 건넨 티켓은 두장뿐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또 다른 동그라미 안에서

도착지를 기다리고 있을 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들의 봄은, 되도록 안녕하길

검은 안대가 투명 안대가 되고

어린 아이는 어른 아이가 되는

그런 세상에 꼭 도착하길


그리고 나는 저들의 여정동안

옆 좌석 승객이 되어주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길을 걷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던 할머니와 장애가 있는 가족으로 보이는 두 사람을 스쳐 지나쳤습니다.

그 장면을 지나치며 느꼈던 미안함과 망설임, 쉽게 지나쳐 버린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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