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손을 잡아버리는 일. 태연하게
스르르 녹아버리는 마음이 나는 무서워요. 마음대로 굳혀버리고 녹여버릴 수 있는 것이 마음이라면, 한 치의 오차 없이 시간의 궤적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마음이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의지대로 생겨먹기를 철저하게 거부하는 마음의 고집들은 연약하기 때문일까요? 연약하다고 치부해 버리기엔 집요하게 되살아나는 구석이 많아서, 끈끈하게 다시 달라붙어 웃음이든 울음이든 뭐 하나는 출력하고야 말겠다는 고집불통이어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출력된 것들에 기대어서 나는 또다시 마음들을 원망해요. 너무나도 들키고 싶어 했던 마음이 기어코 들켜버렸을 때 뿌듯함 보다도 먼저 밀려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원망할거리라도 찾는 거예요. 그렇게 원망까지 하고 나면, 분명 무언가 바뀌었는데, 바뀐 무언가를 또다시 들키고 싶지 않아서 태연하게 고집을 버린 지금의 마음과 손을 잡아버리고 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