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같지 못한 나에요
다잡은 마음은 왜 그대 앞에 서면
그리도 쉽게 허무는 걸까요
완벽한 내 편이란 걸 알기에
가장 날카로운 조각을
그리도 쉽게 꺼내어 보이는 걸까요
흰 것은 몽땅 내어주고
그대 옆엔 얼룩진 것들만 가득해도
늘 같은 웃음을 지어요
그대 대신 얼룩을 가져도 분명 괜찮아요
흰 것은 모두 가져놓고
얼룩까지 탐내는
그런 욕심도 분명 아니에요
그런 그대에게 무슨 심술이 났길래
꼭 다문 입술로 창피하게 돌아서는 걸까요
기껏 쌓아 올린 모래성의 자리는
언제나 파도 옆이네요
그걸 알면서도
그런 내가 부끄러워
그 자리만 내리 맴돌아요
이토록 못난 주저함을 멈추는 건 늘 그대예요
그대의 모든 걸 품어주지 못해서
그대와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지 못해도
숨기고 싶었던 싫은 조각을 둥글게 갈고 갈아
파도 옆보다는 그대 옆에서
그대 웃음을 천천히 흉내 내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