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억을 품고 역류합니다

가장 안전하고 완벽하게 노출된 사각지대에서

by meldliy

앞으로 가는 방법밖에 모르는 시간이 야속할 때가 있어. 그 태엽 속 내 기억은 한없이 뒤로만 가는데 말이야. 맞물리지 않는 시간과 기억의 틈에 끼어버렸을 때가 앞으로만 가던 시간이 유일하게 멈추는 때라는 걸, 너는 알고 있니?


그 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영원과 찰나 그 사이에서 열심히 이겨내는 것뿐이야.


잔잔한 소용돌이가 제일 무서운 법이어서 되려 한가운데에서 손을 잡고 누워야만 해. 그건 소용돌이에게서 이기는 방법도, 지는 방법도 사실은 둘 다 아니란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기꺼이 환영할 수가 있는, 그저 가장 안전하고 완벽하게 노출된 사각지대일뿐이야.


우리는 어떤 기억을 되짚고 싶어서 그 길에 누웠을까? 멀리서 보면 눈동자를 닮은 그 길은 무겁도록 얹힌 우리의 무게를 느끼고 있을까? 아마도 우리는 얇은 속눈썹을 가진 탓에, 그런 우리의 존재를 몰라주길 바라는 채로 풍성한 눈동자 위에 기어코 누웠나 보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하는 방식이고, 시간에게 용서를 빌어서 미운 기억을 또다시 사랑하는 방식이지 않니?


나는 오늘도 그 위에 누워서

숨을 쉬는 방법부터 배울 거야.

그렇게 차근차근,

매일을 새롭게 배워나갈 거야.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과 뒤로 되감기는 기억 사이에 끼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벗어나고 싶어서, 그리고 머물고 싶어서 같은 자리에 눕는 마음에 대하여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영원과 찰나 사이 가장 안전하게 드러난 사각지대에서, 당신도 숨을 배워보시겠습니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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