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는 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폭 좁은 공간이 당신에겐 쉼을 허락한 유일한 곳인가 봅니다. 좁은 폭을 비집고 들어가기에 나는 충분히 작은데도, 무엇이 그리 겁이 나는지 닿지 않는 손가락 하나로 그곳의 당신을 어루만집니다.
당신은 내 흔적을 주워다 손빨래를 하고, 당신의 굽은 허리는 늘 바닥과 가깝고, 당신의 바쁜 발소리는 좀처럼 잠에 들지 않네요. 잠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명이란 것은 백색소음에 지나지 않은가 봅니다.
나는 오늘도 문지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입니다. 들어가도 될지, 들어가서는 안 될지. 당신이 허락하지 않은 침묵을 밟을까 봐 발끝에 힘을 줍니다. 당신의 하루는 말없이 닳아 없어지는 수건 같아서 물기를 꼭 짜낸 뒤에도 여전히 축축한 마음이 남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작은 꽃 하나를 키워보려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당신의 세상을 조금은 이해할까 하고요.
혹시라도 그 꽃이 당신의 좁은 방 한구석에서 숨을 틔운다면, 당신의 굽은 허리가 잠시라도 펴질 수 있다면.
그때는 닿지 않는 손가락이 아니라 당신의 어깨를 제대로 안아볼 수 있을까요.
오늘도 나는 문지방을 넘지 못한 채
당신을 생각합니다.
문지방을 넘으면 보이는 당신의 세상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라서
늘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 글은 늘 바쁘게 닳아가던 엄마의 하루를 떠올리며 그 뒤에 서 있던 딸이 뒤늦게 꺼내는 마음입니다. 폭 좁은 공간이 유일한 쉼이었을 당신을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해 조용히 사과하고, 그보다 더 크게 사랑을 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