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지 못한 마음으로 쓰는 답장
그대는 어디쯤 도착하셨습니까
그대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늘 이렇게 마음속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발 닿는 곳마다 그대의 헤진 구석을 담아두면
그대의 도착을 기다리는 작은 아이들이
무척이나 기뻐할 듯합니다
뜻을 모르던 아이가 뜻을 알게 되면
슬픔도 알게 되겠지만 기쁨은 잊겠지요
생선의 살들을 다 발라주고 그대 수저에 남은 건
허망한 떳떳함일 뿐 인대도
늘 웃음만 짓는 그대의 뻔뻔함은
왜 이리도 슬픈가요
짐을 조금은 덜어내도 된다는 말이
그대에게 또다시 짐으로 들릴까 걱정됩니다
떼 묻은 종이 조각을 건네던 그대의 속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유난히 작았을 적 무심히 지나쳤던 그대의 속에
이제 반창고 하나는 붙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불이 유난히도 무겁게만 느껴지던 날이
있지는 않으셨습니까
마르지 않아 말썽인 흉터가
유난히도 원망스러웠던 날이
있지는 않으셨습니까
내일은 날이 밝으면 산에 오르렵니다
나무 아래 누워있는 약초 한 뿌리 캐어다가
그대가 붙드는 부서진 빨랫줄을
고칠 수 있을까 하고요
그대는 어디쯤 도착하셨습니까
도착하신 곳을 다시 떠날 무렵에
엽서 한 장
남겨주시렵니까
그러면 내가 그 엽서를 받아 들고
그대의 도착을,
조금은 주름진 얼굴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버텨온 아버지, 이 세상 모든 가장들에게 보내는 늦은 안부입니다. 뒤늦게 알아버린 그들의 슬픔과 희생을 돌아보며, 이제는 내가 그들의 도착을 조금은 자란 얼굴로 맞이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앞선 글을 <To.>로, 이 글을 <From.>으로 둔 것은 두 사람을 향한 마음의 방향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한 사람에게는 닿지 않는 편지를, 다른 한 사람에게는 이제야 부치는 답장을 씁니다. 그렇게 두 글은 한 통의 왕복 편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