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사랑하는 법
고독은 귀를 닫는 일 같지만, 실은 귀를 여는 일이에요. 대답할 의무를 저버리고 굳게 닫힌 입을 도리어 사랑하게 되는 일. 앞에 놓인 세상을 바라보기에 눈은 늘 바쁠 테죠. 당신 안의 소음과 당신 바깥의 재잘거림을 벗으로 삼기에 귀는 늘 바쁠 테죠. 양반이랄 것은 닫힌 입뿐이려나요. 고독과 정해진 길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요. 목적지 없이 누비는 길이 당신을 환영하는 순간은 고독일 적뿐이죠. 전날 밤 계획해 둔 경로가 이끄는 대로 걷는 수동적임이, 이토록 우스울 수가 없어요. 환영하는 길보단 부끄러운지 모퉁이에 숨어있는 길이, 북적이는 길보단 늘 공석인 벤치 위에 낙엽만 가득한 길이, 당신의 능동적임을 참 아름답게 만들죠. 그저 그런대로 뱉어낼 수 있는 무모함. 보잘것없는 걸 추구할 수 있는 대담함. 말보단 침묵을, 웃음보단 평온을, 과한 친절보단 중도를. 고독은 이렇듯 나를 찾아가는 길이겠지요. 그러니 고독은 외로움과는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요. 외로움이 누군가를 부르는 이름이라면, 고독은 나를 부르는 이름에 가깝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보다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내 이름이 더 또렷하게 들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당신은 당신을 지나치지 않고 잠시 멈춰 바라보게 될 테지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소음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조언, 확신, 기대, 평가. 그 사이에서 마음의 소리는 자주 작아지곤 해요. 고독은 그 작은 소리를 다시 크게 틀어주는 시간 같아요. 아무도 묻지 않으니 대답할 필요도 없고, 아무도 재촉하지 않으니 천천히 걸을 수가 있죠. 그렇게 걷다 보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낮게 늘어진 전선 위의 새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흔들리는 나뭇잎들, 아무도 앉지 않는 벤치의 온도 같은 것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굳이 말하지 않았을 것들이 고독 속에서는 유난히 선명해져요.
그래서 고독은 때때로 사랑과도 닮아 있습니다. 사랑은 세상 어느 것보다 여리고 연약하지만 거짓 투성이인 세상에서 유일하게 결백하니까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는 일과도 닮아 있으니까요. 소란스럽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요란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 그저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감정 말이에요.
고독도 그래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당신은 당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됩니다. 혼자인데도 충만하고, 고요한데도 따뜻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무언가를 얻은 것 같은 기분. 세상은 늘 무언가를 이루라고 말하지만 고독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이토록 극단의 모순인 것이, 이토록 철저하게 양립하는 순간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가끔 고독을 찾아 나섭니다. 누군가를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