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라는 꽃 이름을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70년대 말에 여성지 연재소설 <찬란한 이륙>에서 많이 읽었다. 소설 속의 연인들을 묘사하면서 자주 나왔던 것을 보면 그때만 해도 그리 흔하지 않았다. 요즘 소설에서는 안 나올 것 같다. 90 연대 말 쯤부터보기가 쉬워졌으니.
수국이 비교적 흔한 동네에서 살고 있다. 이민 와서 첫여름에 담장을 따라 흐드러지게 무더기로 피어나던 꽃이 인상에 아직도 남아있다.
담장이라는 인공물을 가리려는 것인지 몰라도 담을 따라 줄을 지어있거나 가든 한켠에 한 무리씩 자란다. 집집마다 심어진 장소가 달라서 꽃을 보는 시기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일조량에 따르지만, 한여름에 피어서 가을이 깊어가는 이제까지도 꽃을 피운다. 향기가 쎄지 않아서인지 꽃이 오래가는 편이다. 사람 머리 (?)만 해서 눈길을 끄는 꽃 한 송이가 크기와 무게가 꽃꽂이로는 그리 예쁘지 않다,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인의 집에서 처음 보는 꽃병이 있었는데 모양이 쪼까 삼삼했다. 색깔도 초록색이었고, 뭔가... 있어 보였다. 발상의 전환 같은.
곁눈질로 보고서 뭘 잘 따라 한다. 뭐... 쫌 있어 보이거나, 쌈빡하거나, 폼이 나거나, 새로운 발견이거나, 만만한 옵션이거나.... 결핍으로 충만했던 성장기 탓이겠지만, 소(소 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이름과는 상관이 없고, 나이가 들면서기다기거나 유예하기는 싫고 하니 망설일 이유는 더 없다.
눈도장을 찍으면 언젠가는, 어디에선가 눈에 뜨이기 마련이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개라지 세일에서 하나 발견했다. 보면 볼수록 우리 집 녀석의 색깔과 곡선이 더 예쁘다.
10년째, 터너 씨 뒤꼍 담장에 무더기로 핀 수국이 보기에 아까웠다. 햇볕이 많을수록 송이가 작고 색깔도 흰색에 가까운데 그늘이 많을수록 크고 색도 짙다. 제 무게에 눌려서 바로 서 있지도 못하는 녀석 한송이가 우리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