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설공주 May 30. 2021

Moon - 달

넷플릭스 에서 : 크라운 시즌 3 -7화

크라운 세 번째 시리즈 7번 달

 1969년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그해 필립공은 48세였다. 반 세기 전에는 그 나이를 중년의 위기라고도 불렀던 것 같다.

인생의 어느 시기라고 위기의 순간이 없으랴만 중년 또는 노년에 그 글자가 붙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크리스천인 내게 나와 이웃, 신앙과 우주, 하나님의 섭리 사이에서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넘어짐은 한순간이고 때로는 영영히 떠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전체를 옮겨봤다.

필 : 필립 공(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퀸 : 엘리자베스 2세

주일날 교회를 들어서며,

- 필 :이걸 왜 해요? 주일이면 무슨 레밍 떼처럼, 얻는 게 있어요? 솔직히...
-퀸 : 예배요, 자아 성찰의 기회예요
지난주를 회고하고 다음 주를 대비하고...
-필 : 일기 쓰면 되잖아요?
-퀸 : 인생의 더 큰 문제들도 곱씹어보고요
_필 : 누가 그러는데요? 주로 곱씹는 건 주임 신부의 말이 얼마나 따분한지와 언제 끝나나 싶은 건데
-퀸 : 20년 간 봉직하셨어요.
-필 : 충직하다고 볼 순 있지만 재밌는 사람은 아니죠
........
여왕과 여왕의 어머니는 진지하게 쳐다보고 듣고 있지만 필립 공은 팔짱을 낀 채로 앞을 보고 있고, 인상은 잔뜩 찌푸린 표정, 주임 신부가 말씀을 잊어버려서 더듬거리고......

-필 : 거 봐요, 설교가 아니라 전신 마취제야

여왕이 뒤를 살그머니 뒤를 돌아보니까 다들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

-필 : 됐어요, 이게 마지막이야.  다음 주일부터는 다들 여기 있는 동안 난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낼래요

여왕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교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퀸: 마이클, 마이클이 보기에 주임 신부님이 이제...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은퇴 시기에 이른 듯한? 한두 사람이 설교를 매우 지루해하더군
-마이클 : 신중히 후임자 물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퀸 :그래 후임자는 좀...
-마이클 : 매력이 있어야겠죠?
-퀸 :그렇지
-마이클 : 열정적이고
-퀸 : 아...
-마이클 : 활력 있는지
-퀸 : 그렇지
-마이클 : 정열가
-퀸 : 고맙네

필립공이 자기 몸을 혹사하듯이 폴로 연습을 하고, 손목이 아파서 문지른다....
이곳저곳 누군가를 찾아다닌다.  

-필 : 그 사람 어디 있나?
-시종 : 누구...?
-필 : 버킹검에서 내가 그 사람이면 누구겠나?

시동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있는데... 여왕을 만난다.

-필 : 여기 있었군, 한참 찾았는데
-퀸 : 주임 사제 후보들 전화 면담하고 있었어요
-필 : 괜찮았어요?
-퀸 :적임자를 찾은 것 같아요
-필 :나이는요?
-퀸 : 당신과 동갑일 걸요
-필 :그래요?
-퀸 :적당하고요.
-필 :뭐가요?
-퀸 :내가 맡길 일에요.

필립공은 의아한 표정이고, 여왕은 득의만만한 표정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아폴로 11호 발사 현장을 지켜본다.

-필 : 굉장해, 사람들도 용기도 대단해

그 전 과정을 밤낮없이 열심히 지켜본다.

직원이 일주일의 스케줄을 얘기하고 있는데 공은 그저 따분하다는 표정이다.

-마이클 :전하,
-필 : 왜?
-마이클 :새롭게 임명된 윈저의 로빈 우즈 주임 사제가 시간을 내 줍시사 하는 요청이 있답니다.
-필 :그래, 일정표 어디에 넣어, 영국 콘트리크 협회에서 시상식 하는 것만큼 기대되는 일이 생겼군,  장난하나?(시니컬하다)
-마이클 : 아닐 겁니다. 실은 지금 여기 계십니다.

-필 : 신부님?
-우즈 신부: 전하
-필 :왜 그러시죠?
-우즈 : 여기로 이사하면서 제 아내와 제 눈에 띈 것이 윈저 부지 내에 많은 건물이 비어 있고 방치됐단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쪽지를 꺼낸다) 옛 참사 회원 회랑과 덴턴 식당 건물 두어 채 (필립 공의 표정이 비웃는 듯한 냉소 하는 듯한 표정으로 시동을 쳐다보고, 시종도 뭔지 모른다는 표정) 북쪽 벽에 있는 집들과 준 참사 회원 옛 거처들인데 (필립 공은 말을 끊지 못해 듣고 있지만 지겹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물론 제가 너무 성급한 건 알지만 그중 하나를 써도 될까 해서요.
-필 : 저희가 드린 집이 싫으세요?
-우즈 : 아뇨, 거주용으로 말고요. 전 오래전부터 훈련소나 예술학교를 건립하고픈 꿈이자 야망이 있었습니다.
-필 :뭐 하게요?
-우즈 :개인과 영적 성장을 위해서요.
필립 공의 표정이 갈수록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우즈 :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죠, 저도 직접 경험했고 다른 사람 한테서도 발견한 건데 특정 나이에 도달하면 한계에 부딪혀요 위기라고 해도 무방하죠 사고의 균형을 잃고 슬럼프에 빠져요. 사업가와 간부들에게 흔한데 {시종의 표정이 흥미롭다는...) 성직자라고 다를 바 없죠. 중간 경력층 성직자 사이에서 불만도가 특히 높은데 목가적 풍경이 펼쳐진 이곳 건물 중 하나가 훌륭한 장소가 될 거예요, 사제들이 와서 재충전하고 반추하며 발전을 이루는 데요.
-필 : 뭘 해서요?
-우즈 : 대화하고 읽고 생각하면서요
-필 : 방법에 결함이 있다고 제안해도 될까요?(비웃는 표정) 대화하고 생각한다고 발전 못 해요. 행동을 통해 발전하는 거죠. 이렇게요(신문을 탁 치며) 이래야 슬럼프를 극복해요. 어쨌든 건물이 비어있고 거길 흰소리와 생각으로 채우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우즈 : 고맙습니다(신부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달 착륙선이 달에 착륙하는 날은 새벽에 모든 가족들을 다 깨워서 같이 본다.

지겨운 공식 행사를 마치고 비행기 조수석에 앉아서 귀가하는 중에는 비행기 조종을 하면서 한계를 넘어서 구름 위에 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조종사는 비상 착륙 벨트를 매기까지 한다.
불안해하는 조종사에게

-필 : 제대로 된 삶을 살아, 잠시라도

교회 - 여왕 옆의 빈자리
-우즈 :우린 탐험을 멈추지 않으리라, 모든 탐험의 끝은 출발한 곳에 다시 이르러 그곳을 새롭게 아는 것이니 티 에스 엘리옷의 이 시구가 실로 진실을 말해 줍니다. 우주 탐험의 새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요. 우주여행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필립공은 혼자서 달리고 있다)

자동차 시동을 걸려고 하는 필립 공 앞에

-우즈 :전하
-필 :아 제기랄
-우즈 :안녕하십니까? 시간 되시면 새 입주자들을 만나보시겠어요?
-필 :신부님 집단 수용소의 영성 불량자들요?
-우즈 :회복과 갱신의 성지가 더 좋겠는데요
-필 :그러시겠죠
-우즈 :영국 각지에서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어요, 함께 하시겠어요?
-필 :내가 왜요? 갑갑한 중간층 신부들 훈련소잖아요?
-우즈 :맞습니다.
-필 :아직 모르시나 본데 난 신부가 아니에요
-우즈 :그냥 인사만 하세요
-필 :지금요?
-우즈 :안 될 거 있나요?
시간을 보며
-필 : 좋아요, 타세요. 절망한 표정을 지어야 합니까? 한숨도 푹푹 쉬고 격하게 흐느끼고? 겉돌면 안 되잖아요

신부들이 많이 모여 있다. 악수하고 인사한다.
-필 : 그래, 뭐하고 계셨어요? 우리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신 거 외에?
(바닥이 지저분하다)
-우즈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부터 묻고 여기서 얻고자 하는 걸 각자 말해봤어요. 전하도 들으시게 다시 한번 말해볼까요?
-신부 :제가 여기 온 건... 최근에 특정 나이에 도달했기 때문이에요.
-필 :묻진 않을게요
-신부 :제 자신에게 점수를 매겨봤죠. 낙제밖에 못 주겠더군요,
-필 : D..? 오, 이런...
-우즈 : 이유는요?
-신부 :처음으로 신부가 되고 나고 이런 꿈을 가졌어요. 나이가 들면서 새 변혁을 가져오고 식견이 생기며 신앙이 깊어지고 신도도 늘 거라고요 그런데 정작 지금 전 작은 시골 교구에 있고 신도는 줄어드는 데다 출석률도 저조하죠
-필 :그렇군요
-우즈 : 그로 인해 실망감이 엄습하고 성취감이 떨어지며 방향을 잃은 듯하죠
-신부 :맞아요
-우즈 주교 : 이러한 방향 상실감과 잉여라는 느낌은 이곳의 다른 분들도 깊이 공감하는 점이에요. 대중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으니까요 교회를 외면하고요, 우리가 사람들과 교류하는데 실패한 거예요
-신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영적 충만을 다른 데서 찾고 있어요
-주교 :예를 들면 어디요?

좌중이 조용하다

-필 : 달요, 저는...
-주교 : 달요, 예 맞습니다
-필 : 5억 명이 달 착륙 중계를 시청했다죠
-주교 : 5억 명의 사람들이 한때 교회에서 얻던 걸 티브이를 통해 얻고 있어요. 한자리에 모여 하나가 되어 기뻐하고 놀라워해요. 이건 대대적인 믿음의 변화를 나타내죠. 종교에서 과학으로요,
과학의 성과가 더 커지고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리며  신이 답을 제공해야 할 영역이 줄어드는 거예요
키츠의 시가 떠오르는군요. '달이여, 그대가 무엇이길래 내 가슴이 이리도 강하게 요동친단 말이오?' 이제 그 달이 뭔지 알죠, 텅 빈, 먼지에 불과해요, 적막함, 무채색의 공허, 그 암석과 우주 먼지 뒤에는 주님이 계시지 않고 그저 불가지의 광활함 뿐이에요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필립의 헛기침

-주교 :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필 : 나요? 내 생각을 말해주죠 이거 다 가식적이고 자기 연민에 빠져 전전긍긍해야 할까요? 아니죠. 그들은 놀라운 업적을 이루느라 한창 바쁘거든요. 그 결과 세상과 하나가 되었어요. 주님과 하나가 되었고 충만하죠. 이게 내 조언입니다. 행동을 취하는 자들을 본으로 삼으세요. 암스트롱, 올드린, 콜린스 같은 그들의 점수는 A+++고 그들은 해답을 얻었어요. 낙오자끼리 고루한 생각에 파묻혀 패배의 기운이나 퍼뜨리지 말고. (벌떡 일어나서 나가며) 행동할 생각이 있으시면 이 지저분한 바닥부터 치우시죠.

여왕과 함께 식사를 하며 사슴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짜증을 부린다. 여왕이 우주 비행사들이 전 세계 순방 가운데 영국에도 오겠다고 한다니 당장 웃으면서 제발 불러 달라고 한다.

-퀸 :기운 날 줄 알았어요
-필 :진짜 그래요, 기운 없어 보였어요?  
-퀸 :약간요 (필립의 표정이 좀 당황한다)

도착에서 출발까지 30분이 걸릴 거라는 의논에서 필립은 무더기가 아니라 특별히 자신 만은 따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 에어맨 앤드 에어맨, 조종사 대 조종사, 인류 최대의 업적을 논하는 데 15분은 너무 짧다고.. 그래도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질문지까지 만든다.
지구 너머에도 인류의 운명이 있는가? 일행이 도착해서 한참 얘기가 무르익어 갈 때까지도 질문지와 씨름을 하느라고 만남 시간에 늦어진다. 우주 비행사들은 궁전의 화려함에 두리번두리번......

-필 :대단히 영광입니다.
-조종사  :전하
-필 :여러분 모두 축하해요
-조종사 : 전하  
-필 : 이쪽으로 앉아요

한쪽 의자에 몰려 앉은 비행사들

-필 : 껴서 앉을 필요는 없어요, 보다시피 공간이 넓어서, 본능적으로 사령선에서 앉은 순서대로 앉았군요. 혹시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 역시 조종 사고 그래서...
(재채기),
-필 : 괜찮아요?
-조종사 : 네, 그냥 감기예요
-필 :(손수건을 주면서) 깨끗해요, 믿어요
-조종사 : 고맙습니다
-필 : 이런, 다 감기에 걸렸군요 (다른 사람 재채기)
-조종사 : 예, 그렇습니다
-필 : 여러분이 이룬 업적에 크게 감명받았어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 여러분과 어떤 면에서 동질감도 느꼈어요, (또 재채기) 건강 조심하세요,
-조종사: 고맙습니다.
-필 :내가 질문들을 적어봤어요, 처음에는 질문들을 적으며 기술적인 걸 물어볼까 했어요. 그 막대한 크기의 중력을 실제로 느끼니 어땠는지, 그런데 지금 이렇게 보니 내가 답을 얻고자 하는 진짜 질문들은 아... 여러분은 젊어서 잘 모르겠지만 살다 보면 처음으로 자신이 과연 뭘 이루었는지 되돌아볼 때가 와요(비행사들은 열심히 보고 있다), 난 결국 이 지위에 오르고, 이 직업에 누구 남편이기에(조종사들 웃음) 정작 내가 원했을 만한 일을 이루지 못했어요, 남자로서 모험가로서 세 명이 영웅인 여러분이 하는 일을 보며 꿈을 보고 있는 듯했어요. 그래서 여러분을 만날 기회를 냅다 붙잡았어요, 단 10분 만이라도 만나서 붇고 싶었어요. (한참을 말을 어떻게 꺼낼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어떤 생각을 했나요? 저 위에서
-조종사 : 글쎄요, 일단 임무에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필 : 물론이죠
-조종사 : 경치도 진짜 장난 아니었잖아?
- 조종사 : 맞아, 그랬지. 대단했어
-필 : 그런데 내가 말하려는 건 그런 경치 감상보다는 관점과 관찰한 점이죠, 우리의 위치에 대해서요.
-조종사 : 솔직히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아시겠지만 조종사로서 가장 많이 받는 훈련이 프로토콜과 절차죠, 규칙 엄수요.
-필 : 그래요
-조종사 : 우주 비행사에게는 그게 더 혹독해요. 달에 있는 동안 대부분 두 손에 목록을 쥐고 확인 사항을 표시했어요. 두 눈이 임무 프로토콜만 노려보고 있으니 밖은 쳐다보지도 못하죠, 그만큼 바빴어요.
-필 : 그렇군요
-조종사 : 본부에서 쪼아서요. 종일 또 더럽게 피곤했고요, 아무리 훈련했어요 잠은 어떻게 안되더라고요,
-조종사 : 맞아, 닐 전하께 그거 말씀해드려 달을 걸은 뒤 어땠는지
-필 : 무척 듣고 싶군요.
-조종사 : 듣고 싶으시대
-닐 : 달 위를 걷고 나서... 한 걸음 한 걸음 다 봤어요
착륙실로 돌아왔는데 다시 이륙하기 전까지 쉴 수 있는 시간이 빠듯했어요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는데
-조종사 :기대하세요
-닐 : 이 소리밖에 안 들렸어요, 쾅쾅
-필 : 뭐요? 바깥에서 들렸어요?
-닐 :뭐였는지 아세요?
-필 : 뭔데요?
-닐 :냉각기요, 냉각기에서 나는 소리였죠, 쾅쾅쾅   
(다들 웃는데 필립은 당황)
-닐 :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달에 갈 로켓을 만들면서 냉각기 하나 제대로 못 만든 거예요.

비행사들은 자꾸 웃는데 필립은 실망의 표정이 커간다.

-닐 :전하 말씀대로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필 :그렇군요.
-닐 :또 물어보실 게 있나요?
-필 : (한참을 생각하고 망설이다가는) 아니요.
-조종사 :그럼 저희가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필 : 그럼요
-조종사: 이런 데서 사는 거 기분이 어떠세요? 방이 천 개가 있다면서요.... 그림 속 사람들을 다 아세요? 저 사람들 친척이세요?

밤, 침실에서 여왕 부부

-필 : 그 조종사나 그 사람들이 거대한 신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들이 복도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고 사진을 찍고 실제론 그저 왜소한 세 사람이었어요, 허연 얼굴에 감기 걸린, 무슨 생각이었나 모르겠어요.
-퀸 : 어느 정도 공감돼요. 그런 위업을 위해 필요한 자질들이 있었을 테죠.
-필 : 재능이나 상상력은 없더군요
-퀸 : 사명감, 겸손함, 신뢰성을 모두 지녔잖아요
-필 :독창성이나 즉흥성은 존재하질 않죠
-퀸 :그래서 위기 대처에 뛰어난 거잖아요
-필 : 실제로 만나면 실망감이 말도 못 하고요, 생각해 봐요, 저 달까지 가서도 건강했던 사람들이 런던 여행 한 번에 골골해요.
-퀸 :그들 탓은 아니죠, 공인을 꿈꾼 적 없지만 단 하나의 사건으로 영원히 공인이 돼버렸어요
-필 :우주 비행사 역할은 해냈지만 인격체로선 실망스러워요
-퀸 :남은 평생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살 거고 입 열기가 두려워지겠죠 입을 연 순간 자기 자신이 드러나고 실망을 안길 게 뻔하니까 그런 점에선 안타까워요.
-필 : 그나마 초록 외계인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럴 수 있잖아요, 저게 지구 행성의 최선이라면 지구는 안 가도 되겠다

필립공은 엄마가 계셨던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장면은 세인트 조지스 신부들과 함께)
필립공의 긴 술회가 이어진다.

불평과 질환, 불편함, 주변 사람들도 제가 대체로 과민한 걸 느끼죠, 물론 그건 전부터 그랬어요. 대체로 성미가 고약한 편인데 제 자신마저도 최근에 그게 심해진 걸 느껴요. 게다가 못난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했죠. 젊은 우주 비행사들의 업적에요. 운동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없어요. 평안 혹은 만족감이나 충만함을요, 이런 모든 증상으로 볼 때 천재가 아니라도 알 수 있죠. 이 모든 증상이 바로 내가 한창 그... (웃으면서) 무슨 위기라도 말도 못 하겠네요. 그 위기에 있는 거죠, 그 위기에 봉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듣고는 그 사람들처럼 평소 가던 곳을 다니고 평소 하던 것을 하며 자신을 북돋우려 해요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들과 안 하는 게 나은 것들요 최근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뭔가가 결여된 걸 알아채셨어요, 참 좋은 말이에요, 결여되다. 어머니는 막내가 뭔가 결여되었단 걸 아셨죠 외동아들이었는데 '네 신앙은 어떠냐?' 물으셨죠, 그걸 인정하려고 왔어요. 신앙 없이 뭐가 남았는가? 외로움과 공허함, 실망스러움이죠, 머나먼 달까지 갔지만 정작 찾은 거라고는 뇌리에 박힌 황량함과 소름 끼치는 고요함과 침울함이에요. 신앙을 잃는 게 그런 거죠 찾을 수가 없어요, 경이로움과 황홀함 신이 창조한 기적이란 거 신의 설계와 목적 그래서 요점이 무엇이냐? 요점은... 우리 문제의 해답이 있는 곳은 로켓 기술의 기발함이나 과학이나 기술... 용맹함이 아니에요. 해답을 여기에 있죠(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킨다) 여기거나(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키며), 어디든 신앙이 주재하는 곳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우즈 신부님 제가 조롱했었죠, 신부님과 이 딱하고 갑갑한 길 잃은 영혼들이라고 이 세인트 조지스 하우스에서 여러분이 뭘 얻으려 하시든 지금은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절망감이 크게 휩싸인 채로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분명한 영웅으로서 찬사와 존경을 받아 마땅하지만 어느 빌어먹을 로켓에 오르는 것보다 오늘 여러분을 만나러 오는 게 더 두려웠어요.

자막-
필립공과 우즈 주임 사제는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세인트 조지스 하우스는 신앙과 철학 탐구의 중심지로 50년 넘게 사용되었다. 그곳의 성공은 필립 공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 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따라쟁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