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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Aug 26. 2021

부추 무침

이른 봄, 처음 거둔 부추로...

뒷마당, 햇볕이 제일 많이 드는 금싸라기 땅에  부추밭이 있다. 

겨울나고 처음 부추를 거뒀다. 

보기에도 그랬지만 정말 순하고 여렸다.

부추를 자를 때는 가위로, 땅에 바짝 붙여 잘라야 한다.

밭은 메뚜기떼가 지나간 모습이 되었는데 작은 양푼에 겨우 찬다.

양파 두 개를 얇게 슬라이스를 한다. 양푼에 부추를 슬쩍 잘라서 담고 그 위에 양파를 얹고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뿌린다. 네 번을 나누어서 했다. 켜켜이 담아야 섞기가 쉽다. 정확한 계량이 없긴 하지만 양념이 가볍게 할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액젓을 뿌린 다음 젓가락으로 위에서부터 살살 섞으면서 다른 양푼으로 옮겨 담는다. 잠깐 그대로 두고 부엌 정리를 하다 보면 그사이 숨이 죽어서 쑥 내려가 있다. 

밀폐 용기 두 개에 나누어서 담았다.


갓 지은 하얀 쌀밥이 좋지만 때도 아니고... , 오랜만에 라면이다. 


부추에는 이민 초기의 애환이 있다. 부추 한 줌이 들어가면 계란 부침 조차도 달라지는데, 손가락 하나 굵기 정도의 묶음을 3, 4 불 했다.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었다. 좀 지나서는 중국 농장의 부추가 많이 나오면서 종류도 다양하고 묶음도 굵어지고 한여름이면 가격도 1불이면 되었다.


길고 넓적한 중국 부추는 만두로 좋고, 무침으로는 짧고 호리호리한 녀석이 맞춤하다. 부추무침은 결혼 전에도 익숙한 반찬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 아부지는 상을 차린 다음에 바로 만들어야 했고, 남편은 액젓을 좀 묵어 숨이 죽은 정도가 되어야 했고 양파를 꼭 넣어야 했다. 처음에는 엔간히도 어색했는데 요즘은 부추만큼이나 좋아하게 되었다.  갓 무쳤을 때에 뜨거운 추어탕, 시래깃국에 좀 얹으면 특히 좋다. 사나흘 정도까지 먹을 만 하기에 한꺼번에 많이 만들 수는 없다. 

 

5년 전, 뒷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서 처음 주문했던 것 중에 부추밭이 있었다.

비가 많은 들쑥날쑥한 날씨가, 가끔씩은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임에도 그 끝자락에, 죽은 것만 같았던 땅에서 비죽이 고개를 내미는 녀석들을 보면 다시 뭘 시작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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