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아버님, 어머니 하는 말 있잖아? 그 말 참 좋더라.
나는 좀 징그럽던데...
아직 젊어서 그래.
내가 아직 젊다고?
그럼, 좀만 더 있어봐 그 말이 귀에 착 감기면서 맘이 푸근해진다. 영어로는 기냥 You 면 다잖아, 존댓말이라고 풀 문장이 있고, Would 하고 Could이 있긴 하지만 당최 그 You는 애고 어른이고 구분이란 것이 없으니 참 거시기해....
깔깔깔...
웃을 일이 아냐, 좀만 있어봐 곧 알게 돼.
누가 그리 깍듯이 아버님, 어머니 해서 언니를 홀딱 녹여놨대, 그래...?
휴대폰 사러 갔거든, 리카톤 몰 입구에 있는 가게 알지?
그럼 나도 거기서 샀는데 한국 직원이 있어.
나는 그거 모르고 갔는데 가게가 되게 복잡하더라. 가격이 적당해서 아이폰을 잡아서 설명서를 읽고 있었거든. 남편하고 둘이서 이 얘기 저 얘기하고 있는데 젊은 아시안 남자가 우리 곁으로 오더라고.
아하, 그 친구였구나.
글쎄 그 총각이 오더니만 "아버님, 어머님 휴대폰 사시려고요?" 그러는 거야.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옴마야, 우리 한국 총각이네요"그랬는데, 인물도 좋고 태도도 말끔한 데다 특히 그 아버님, 어머니에 홀딱 넘어갔지. 설명도 어찌나 조곤조곤 잘하는지.... 설명을 다 듣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까 또 묻는 거야 "혹시 두 분께서 아이폰을 꼭 사시려는 이유가 있으세요? 사실은 갤럭시가 더 좋습니다. 제가 설명은 다 드렸지만 두 분이 결정하시면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하는 거야. 그러니까 궁금해지데, 우리야 아이폰 마니아가 아니지만 굳이 권하시는 이유가 있느냐고 했더니 " 아이폰을 꼭 사겠다는 분들이 있으면 저희로서야 가격이 높아서 환영합니다만, 두 분께는 제가 권해도 되겠길래 드리는 말씀입니다. 가격도 사양도 갤럭시가 훨씬 났습니다"
그래서? 갤럭시로?
그럼, 두 말하면 숨 가쁘지.
......
아참, 나도 알고 있는 얘기가 있네.
아버님, 어머님?
응.
병원에 갔는데 한국 총각 간호사가 있더래. 병원에서도 그리 알고 배정을 한 것 같았더라고 하네.
병원에 가는 거야 좋을 것이 없지만, 한국인 간호사가 있었으면 좋았겠네.
응 그 간호사가 어찌나 친절하고 좋았는지 전번 좀 달라고 해도 절대로 안된다 하더래.
내가 생각해도 그렇고, 우리 애들이 그러는데 그거는 절대로 안된대.
그래서 물어봤다네. 장가 갔냐구, 아직 안갔다길래 참한 아가씨 소개하고 싶더라고 지금도 그 얘기하고 있어.
그 정도면 여친이 었고도 남았겠구만...
그럴까?
그럼.
......
격세지감을 일러서 이런 걸 말하는 걸 거야, 우리 처음 왔을 때와는 비교가 안돼. 요즘은 어딜 가도 우리 애들이 있으니까 어찌나 좋은지, 다른 나라 애들하고는 사람 대하는 자세가 다르니까 참 뿌듯해. 나이 들어서 좋은 것이 별로 없는데 그 어머니, 아버님은 중독성이 있더라고.
허긴 사람은 죄다 You로 통하는 동네에서 살아도 몸에 밴 존댓말은 어디 안 가지.
아냐, 아냐, 여기도 있어. Mum, Madam, Sir 그거, 그런 호칭받으면 기분 좋다. 특히 젊은 키위애들이 풀 문장을 쓰면서 그렇게 붙이면 나쁘지 않더라고. 내가 그런 호칭을 쓰면 상대방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표정이 나오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