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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Aug 02. 2023

영화 - 조지 타운

여(자의) 적(은) 여(자, 바로 나?)

영화를 보는 기준? 순전히 배우에 달렸다. 감독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배우다. 거기에 보태 실화에 근거한다면 더 생각할 거 없다.

갑자기 상처하고 풀이 죽어서 지내던 이웃 한분이 아연 싱글벙글이었다. 사연인즉 한국 가서 재혼시장에 나가봤다니 자신이 1등급에 들어가더라고, 나름 재력이 있었고 애들이 다 독립했다는 것이 중요하더라고, 나이 든 뭐든 원하는 대로 되겠더라고. 결론은 나이도 내력도 비슷한 분을 소개받아서 얘기가 잘 되었다고 했다.

이민 와서 가게의 건물주를 만났을 때였다. 그냥 봐서는 그다지 돈냄새를 풀풀 날리지도 않았는데도 빌딩을 여러 채 갖고 있었다. 얘기가 대충 끝나자 대뜸 와이프가 자기 딸보다 어리다고 자랑질을 했다. 후에 보니까 그 세컨드(우리끼리 붙인 이름)가 늘씬하고 후리후리했다. 수수한 차림새였음에도 꽤나 멋있어서 키 작은 우리는 쪼까 기가 죽었다. 전형적인 트로피 와이프였다.
성공하고 돈 많은 남자들이 사별이든 이혼이든 젊은 여자와 결혼하면 슈가대디라고 불리는데 어찌 된 사연인지 여자는 쿠거, 남자는 토이 보이라고 불린다

91살의 부인이 집에서 사망했는데 정황상 유일한 용의자가 남편이었다. 평소 지병도 없었고 그 연세의 성공한 저널리스트였던 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이유도 없었다.
결혼 당시에 신부는 70, 신랑은 26, 44살의 나이차가 있었지만 21년 지속되었던 결혼이었다. 그 사회에서는 나쁘지 않은 기록인데 그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변호사들이 그 남편을 무죄로 둔갑시키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보태서 비분강개했다. 아니 그 나이의 남자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냐, 손자뻘의 남자가 알랑거린다고 넘어가냐, 당신에게 매혹되어서 결혼했다는 거냐, 속 보인다 속 보여, 정신 쫌 차리셔.... 명배우들의 연기 덕에 혼자서 에지간히도 불퉁거렸다.

신문을 보니까 고인은 첫 남편과 사별 이후 곧 결혼을 했다. 그 남편의 용돈이 월 2천 불 정도였던 것 같다. 26살 남자가 거의 반세기의 나이차가 있는 여자와 결혼해서 입주 기사, 가정부, 비서, 집사, 도우미를  도맡았으니 용돈이라 하더라도 그만해서는 박하다고 해도 될 정도의 금액이다.
고인에게 두 딸이 있었다기에 '그러게 평소에 엄마께 쫌 잘하지 그랬수?' 하는 빼딱한 마음에다 '한 악처가 열 효자보다 낫다는데?' 하는 우리 속담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영화에서는 그가 동성연애자였고, 국제 외교에서 맹활약을 한 것으로 나온다. 그것도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었던 부인의 가르침과 도움으로 그가 날조하고 지어낸 허풍과 황당무계한 얘기들은 영화와 실제의 차이일까 한다. 그렇지만 그 부인이 파티와 사교계를 주름잡았고, 어린 남편의 에스코트 또는 헌신을 즐겼던 것도 분명해 보인다.
더해서 경찰에 신고된 자잘한 사고가 두어 건 있었다. 말미에는 그가 일급 살인자여서 이후 보석이 없는 50년형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무죄로 둔갑되지 않았음은 다행이지만 그와 그녀가 함께 했던 21년의 시간은... , 씁쓸했다 하면 꼭 맞는 말이겠다.

이불 쓰고 독립만세 부르는 격이었는데 마음 한편에서는 다른 생각이 똬리를 틀었다.
슈가대디와 결혼한 젊고 예쁜 여자에게는 사랑 따위를 꺼내지도 않는데, 왜 나이 든 여자와 결혼한 젊은 남자에게는 사랑까지도 바라는지 쫌은 말이 안 되는 전개였다. 젊은 아내는 트로피로 불리고 나름 세상의 편리와 화려함을 다 누려도 그 부분은 당연 또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남편은 왜 제비로 불려야 하는지 내 속에 있는 페미니즘이 쫌 난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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