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바루 너마저
9년 전쯤이다.
일 년 사이에 자동차 두 대를 바꿔야 했다. 처음에는 쉬웠는데 나머지가 시간이 좀 걸렸다. 맘에 두고 있던 차가 있었던 까닭이다.
쓰바루 레가시, 해치백.
시승했던 첫날 좀 쎄게 말하면 훅! 갔다.
전 차주가 은퇴한 미케닉에다 결벽증이 있었기에 관리가 잘된 차였다. 서로 자잘한 도움을 주고 받다 보니 잠깐은 기사 노릇도 했고, 이래저래 그 차를 살 기회를 기다렸다.
거래가 마무리될 즈음에 들려온 얘기가 있었다. 차 도둑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라고, 그 탓에 뉴질랜드 내 도난 사고가 일등이라고 했다.
그래도 차 문만 잘 잠그면 되고, 우리 동네는 밤손님이 드문 골목이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8년 가까이 잘 지냈는데 작년 말에 결국.
2024년 12월 28일, 아침 7시 10분 전.
차의 시동을 걸려던 남편이 말했다.
“어? 우리 쓰바루 어데 갔노?”
옆에서 생각 없이 도로에 나왔던 나도 그제야
"어? 진짜네.”
그 며칠 전에 아들애가 우리 바로 옆엣 집으로 이사를 했다. 한동안 비어 있던 집이었기에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신호 등등으로 그 집 앞에다 차를 세우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 그 시간은, 십수 년째 우리 부부가 슈퍼마켓 장 보러 나가는 시간이었다. 습관대로 장을 보고 오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엔 마음이 바빠졌다.
먼저 아들애집의 맞은편 집으로 갔다. 그 전날 쓰바루 앞에 그 집 차가 있었기에 맨 처음 해야 할 일 같았다. 그동안 인사도 안 하고 지냈던 이웃을, 성탄절 직후, 연말에 문을 두드릴려니 면목이 없어서 그때 한창이던 백합을 한 다발 잘라 갔다.
사정을 들은 부부가 진짜 안 됐다며 보험은 있냐, 어쩌냐 하고선 자기네가 씨씨 카메라가 있다질 않는가. 결론은 한밤중 세 남자가 들어갔다가 나갔는데 우리 차 비슷한 차였다, 였다. 인도에 떨어진 키 박스, 잠자고 있던 스패어 키의 사진과 이웃의 얘기도 보태서 보험회사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틀이 지나서 그 차를 발견했는데, 수리할 팔요가 없다면서 곧 보험금이 입금되었다.
그러고서 어찌어찌 급한 대로 한 대를 구했지만 남편과 나는 여전히 적당한 선에서 그 차종을 또 사겠다고 맘을 묵고 있었다. 그러고 9개월이 지난 10월 1일 저녁에 샀다. 형편없는 사양에다 수리해야 할 부분이 상당한 올드 모델이었다.
사연인즉, 아들애의 플메였던 워킹홀리데이 청년이 귀국은 코앞인데 차를 못 팔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끕은 아니었지만 급한 사람도 돕고 수리 제대로 하지 머. 그날밤으로 등록과 보험을 다 마치고, 나는 딱 한번 탔다. 문제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맘에 들었다. 수리할 부분은 개라지와 시간을 맞추고 있던 10월 11일 아침이었다.
시동 걸러 나갔던 남편이 눈이 똥그래서 들어왔다.
그날도 토요일, 슈퍼마켓 갈려던 참이었다.
"여보야, 쓰바루가 없어졌다"
처음엔 잘 못 알아 들었는데, 정신이 들고 보니까 아이고, 귀찮쿠로... 였다.
저번과 다른 점은, 우리 집 앞에 세워 놨다는 것하고, 자동차 알람이 빡쎈데 도대체 어떻게,였다.
또 경찰, 보험회사에 신고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도 이틀 뒤에 애쉬버튼에서 발견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고서 이틀 뒤에 보험회사에서 어떤 남자가 전화를 해서 질문 공세를 했다.
먼저 우리 대화는 다 녹음된다 하고, 이전 7년 동안 범법 행위로 벌금을 받은 적이 있는지, 자동차 보험 가입할 때 거부당한 적이 있는지, 였다.
들을수록 번지수가 아닌데 하는 마음에, 내 차를 도난당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냐고 두 번이나 물었다. 앵무새처럼 너의 잘못은 없다 하면서도 질문이 계속되었다. 그제야 혹시 이거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는 피의자 심문?
그 대화가 다 끝날 즈음에야 나는 그와 보험회사의 의구심에 이해가 되었고, 저간의 사정을 다 들은 그도 의심이 오해였다는 분위기와 어투였다.
아들애와 우리가 바로 옆집이라는데 행정구역으로 도로 이름이 다르고, 같은 차종의 차주가 두 번, 두 개의 주소에서 일어난 도난사고였던거다. 그것도 두 번 다 불금의 밤에.
이틀이 지나서 또 보험금이 들어왔다. 시세가로 등록했더니 그새 50불이 줄었고, 보험금 1년은 강제납부였다. 장사 망했긴 해도 수리 전에 상황 끝나서, 휴우ㅡ...
남편은 이제 당분간은 차는 얘기도 말자며 고개를 흔드는데 나는 재미가 없지 않았던 소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