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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멜랑 Feb 01. 2022

복싱을 배우고 싶었던 이유

나의 연약함을 마주하다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훈련한 몸은 분명 안정적이고 탄탄한 동작을 만들어낸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참 신비한 일이다.



맨바닥에서 팔 굽혀펴기 10번 3 set를 해냈다. 끝까지 같은 속도로 하지는 못했지만 바닥에서 푸시업을 안정적으로 해냈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벅찬 일이었다. 몸은 정직하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내 몸 그리고 그에 따라 변화하는 생기 가득한 마음을 마주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은 정말 신비한 일임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 제는 복싱을 배웠다. 복싱을 배우며, 내 몸을 보호하고 강해지고 싶은 심리에 대해 생각해봤다. 스스로 연두부처럼 푹! 푸욱! 부서진다고 표현했는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만만치 않다. 가족 안에서, 직장에서, 관계에서,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주는 일도 정말 많다.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애쓰다 보면 어느샌가 그 안에서 나는 사라지고 없다.  



"이것도 못해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해?"

"그렇게 순해 빠져서 어디에 써먹니?"


세상 속에서 잘 살아가려면 주변에서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으라고 한다. 마음먹기에 다르다고. 하지만 그렇게 나를 지키기 위해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곤두서 있는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다. 그렇게 이기고 이기겠노라는 마음이 나를 삼키고 남은 건 쉼 없는 일상과 경직된 몸과 마음이었다.


교감신경의 과잉으로 인해 내 안에 긴장감, 두려움,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부정적인 정서가 누적되면서 뇌에 과부하가 일어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불안정하고 어깨, 뒷목, 가슴 전신 여러 부분에 통증이 나타났다.


나는 사소한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늘 곤두서 있었다. 천연덕스럽고 순수했던 내 모습을 잃어갔다. 스스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 보겠다고 했지만 아집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마음은 늘 강퍅했다. 사실은 세상에 당당하게 맞서기보다 늘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 답은 내린 것은 나는 미성숙하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완벽할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 스스로를 이해하고 품어줄  있는 넉넉함이 조금 생겼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기를 행했다.  2022년의 나의 작은 삶의 목표는 거창한 변화를 위한 것이 아닌 적당한 빈틈 속에서 한숨을 돌리고 그저 묵묵히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꾸준하게 무언가를 이어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나의 때를 기다리며 멈추지 않고 하루하루 내가 정한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정말 단단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걸어가는 것. 혼자서가 어렵다면 기꺼이 다른 사람의 손을 잡기도 하며 나의 연약함을 존중하겠다는 것. 매 순간 내가 선명하게 존재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마음먹는다.


화려하진 않더라도 윤곽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람

열심히 배우며 신중하게 관찰하는 사람

연약하더라도 묵묵한 빛남을 위하여



“나는 연약하고, 정말 연약하고, 말할 수 없이 최고로 연약했다”
이 친구의 연약함 역시 무한한 가능성의 토대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의지 약한 자신을 데리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고귀한 수행이기 때문이다.

류시화_<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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