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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리멜랑 Jan 12. 2022

내 결혼생활의 시작이 9평짜리 원룸이라고?

푹푹팍팍 부서진다

스스로 말랑말랑하고 잘 부서지는 연두부라 생각한다. 성인이 되면서 세상과 부딪히며 흔들리는 경험들을 했다. 나무도 흔들리는 원동력으로 살아가지 않는가? 연두부에서 단단한 두부로! 흔들림 속에서 단단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푹! 푹! 팍! 팍!' 으스러지고 또 으스러진다. 쓰러지고 으스러지고, 당최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나이 서른, 나는 이미 많이 커버렸는데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어 보인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다. 하지만 씩씩하게 입구까지 걸어가지만 몇 걸음 못가  또다시 동굴 깊은 곳으로 기어 들어온다.


마치 유리병 안에서 나올 수 없는 영롱한 구슬 같다.

나와야 할 때에 나오지 못해 너무 커져서 이제는 꺼낼 수 없는 구슬처럼.

밖에서 보면 참 예쁜 구슬이지만 꺼낼 수 없는 그런 존재 같다.


나 어떻게 살아가지..?




2022년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남자 친구가 최근 알아본 매물을 보내줬다. 9평짜리 오피스텔이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


'이런 곳이라니? 넌 이 돈이 우습니?'

'너 모아둔 돈이 얼마나 되는데?'


목까지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 났다.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막혔다. 눈물이 마구 흘러나왔다. 나는 정말 자주 우는 편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울고, 감동받는 일이 있으면 울고, 글을 쓰다가도 울고, 영화를 보다가도 운다. 왕방울만 한 눈에서 눈물이 똑 똑 똑 떨어지니 수도꼭지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호화로운 결혼생활은 꿈도 꾸지 않았다. 방이 넓지 않더라도 15평 이상되는 아담한 집에서 소소하게 신혼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


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나의 시작은 삐걱거렸고, 자꾸만 한 걸음씩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내가 나의 삶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삶에서 오는 끊임없이 자극의 연속 속에서 나의 대처 방식은 '뒷걸음질'이었다.

마음이 긴장된 만큼 가슴도 자꾸만 움츠려 들었다. 가슴 안쪽이 조여들고 아팠다.



'걱정으로 생긴 긴장은
우리의 턱, 눈, 이마, 목, 어깨, 팔, 가슴, 복부
그리고 다리에 층층이 쌓여 ‘습관화’된다.'
-소마틱스-



예전에는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아쉬탕가 요가를 좋아했다. 요즘 제일 마음이 이끌리는 요가 스타일은 치유 요가이다. 치유요가에는 움직이지 않고 머물러있는 정적인 인 요가와 내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인지하며 통제하는 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소마 요가가 있다.

 

때때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똑같은 내 몸인데, 숨이 흘러가는 공간이 좁혀 들기라도 한 걸까?

마음이 경직된 만큼 내 가슴의 공간도 좁혀 들고 단단해졌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나는 움직임을 좋아해.

요가를 해보는 거야.


당장 이불 속에 들어가서 한없이 울고 싶지만,

아침에 일어나 거울 앞에 섰을 때 뱃살이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게 그래도 덜 우울하니까!


무거운 몸을 이끌어 요가원에 들어가 호흡으로 시작했다. 숨을 분명 깊게 들이마시는데 시원하게 들어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치 가슴 안쪽에 숨이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는 것처럼.


'들숨을 끝까지 비워보세요. 그리고 빈 공간에서 머물러봅니다.'


숨을 끝까지 쥐어짜 내뱉고 숨이 나가고 빈 공간에서 잠시 참고 머물렀다. 그리고 힘을 풀었을 때 시원한 숨이 채워지지 않았던 몸의 구석까지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채우려고 애쓰며 마셨던 숨이 힘을 조금 풀고 비워내니 깊은 호흡이 가능하다니, 


숨과 숨의 공간을 느끼며 뻣뻣했던 가슴과 어깨의 공간을 열어내니 경직된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었다. 내 몸과 마음을 뻣뻣하게 만드는 그런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잘 쉬어지지 않던 숨이, 마치 숨이 들어가는 길목들이 생긴 것처럼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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