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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리 Mar 02. 2018

재능이 없으니 연마를 한다

小訴한 기록10_정직한 인풋과 아웃풋을 위하야.

 자꾸 쓰지 않으면 멈춘다. 오늘은 무슨 생각이든 주절주절 적어 내려 가겠다는 생각으로 정리도 되지 않는 글들을 여러 편 써서 퇴고도 하지 않고  대충 저장해 뒀다. 나는 타고난 재능은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영화 크레딧에 비유하자면 영화가 끝나 관객들이 다 빠져나간 다음에도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 중에서도 철자가 잘못 표기되었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할 이름 하나 정도.


 외갓집엔 나와 성이 다른 형제들이 잔뜩 있는데, 그중에 절반은 음악에 소질이 있어 어릴 적부터 나와는 다른 길을 갔다. 명절이 되면 으레 어른들이 언니 오빠들을 불러 노래를 하게 하거나, 악기를 연주해보게 했는데 그게 단 한 번도 부러워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없는 특기를 가진 그들이 신기하게 느껴졌을 뿐. 아마 나는 절대 잘할 수 없는 부분이라 애초에 부러움이나 질투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강점들 중에서도 특히 '예술'에 관한 부분이 엉망진창인데, 하다못해 재미로 본 사주에서도 팔자에 '음주가무'중에 '음주'만 있다고 했다.


 그래도 가지고 사는 것들 중에 '음 이건 좀 괜찮은데' 할 만한 것은 글을 쓰는 일이었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의 부모님도 내가 두세 살이던 무렵엔 '혹시 얘가 천재가 아닐까?'하는 망상에 빠져 계셨다. 아가였던 나는 말을 아주 빨리 시작했고, 세 살이 되던 해 여름에는 유모차를 타고 산책을 나가 엄마가 전날 읽어준 간판을 다음날 다시 읽어냈다. 네 살에 한글을 떼고 다섯 살엔 아빠가 신문에 먹으로 써준 글자를 따라 한문으로 내 이름을 적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크고 작은 문예대회에도 많이 나갔고, 받은 상장들이 2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상도 많이 탔다. 대학도 논술로 합격했고. 그런데 나는 늘 알고 있었다. 나는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그 부분에서 만큼은 아주 정직한 사람임을. 마치 공대생의 계산식처럼.


 가끔 '어디 가서 배운 적도 없는데, 내가 이걸 어떻게 이렇게 잘하지?'하는 것들이 한 가지씩은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엔 처음 해보는 망치질에도 벽에 못을 한 번에 쾅쾅 박은 다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글 쓰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내 머리에 뭔가를 집어넣었느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뭔가를 많이 경험했던 시기이거나, 생각을 많이 했거나, 텍스트를 대량으로 읽고 난 다음에는 정말 글이 달랐으니까. 그리고 최근 글쓰기도 게을리하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멀리하고 다른 사람의 글도 잘 접하지 못하다 보니 요 모양 이 꼴이 되었다. 고작 A4 한 페이지를 채우면서 머리가 몇 번이나 멈춘 건지?..


 주말에 효리네 민박을 보다가 이효리와 윤아, 대학생 손님의 대화를 듣고 한참 생각하게 됐다.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민박 손님은, 졸업을 앞두게 되면서 자신이 남들보다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이효리도, 윤아도 자신들 역시 특출 나지는 못하다는 고민을 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정상급의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도, 자신은 특출 나지 않다고 생각하다니. 이상했다.


 나는 내가 특별하다거나 특출 나다거나 하는 생각은 잘 하지 않고 사는 편이다.  약간 주제 파악이 빠른 타입이라서. 물론 성격에 다소 특출 나게 야단맞은 부분이 있다는 부분은 늘 인정하면서 산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엔 그런 것이 없음을, 그래서 항상 뭐라도 더 채우고 싶어 안달이기도 하고. 물론 부족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제일 앞에 서있는 게 아니라고 해서 2등의, 3등의, n등의 재능으로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등이 100이고 내가 한 76등쯤이라 남들보다 모자르게 25만큼만 갖고 사는 건 아니니까. 다만 나 스스로에게 그저 그런 사람이고 싶지 않아서 '오 이거 이만큼 하니까 이런 거 있네?'하는 정도의 만족을 추구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할머니가 되어 홍홍 할 때도 토각토각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고 싶으니까. 그래서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정직한 사람답게 인풋을 넣기 위해 일기 같은 글을 남긴다. 하지만 요즘의 나라면 약간 나에게 허락되는 자유시간이 부족한 편이라, 어쩐지 다음 글의 인트로도 '요즘 글을 너무 안 써서 또 아무 말이나 남긴다.'가 될 것만 같지만!


�사진은 음악적 재능이 없어 뒷줄에 숨어 립싱크하는중임



음악적 재능이 특히나 엉망진창이라 재롱잔치에서 립싱크를 하는 중인 n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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