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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리 Aug 01. 2018

나 아닌 존재와 공감하고 연대하기

빅이슈 183호 리뷰

 돨...! 183호 빅이슈의 표지를 장식한 사랑스러운 달리. 달숙언니의 사랑 아래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을 한 강아지. 살아있는 모든 것이 저마다의 오롯한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든 동물이든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에 다른 상대가 발견해줬을 때에 비로소 주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관계와 믿음, 그리고 애정으로부터 비롯되는 빛나는 행복감의 표현. 달리와 같은 친구들을 볼 때 마음이 몽글몽글 행복해지는 것은, 단지 이 강아지의 생김새가 특출 나게 귀여워서만이 아니라, 이 작은 몸에서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유대감과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살던 부평에는 커다란 개농장이 있었다. TV 르포에도 종종 등장하곤 했는데,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 집 근처의 야트막한 산자락을 끼고 어딘가 깊숙한 곳에 있다고 들었다. 초등학생 때였을까, TV 화면 속에서 언뜻 본 그 장면이 굉장히 잔혹하고 처참해서 채널을 얼른 돌려버렸었다. 하지만 깜깜한 밤이 되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누워있을 때,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꼭 그 개농장 생각이 났다. 근처 골목이나, 어느 집에서 키우는 개가 짖는 소리일 것이 분명함에도, 어딘지도 모르는 그 개농장의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는 아닐까 생각했다.


 그 어느 누구도, 세상의 모든 부조리함과 부도덕함과 비인간적인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누구든지 삶의 일부를 떼어내 약간의 고통을 나누거나 없앨 수 있다. 최소한 불합리를 불합리라 말하고, 안타까운 상황에 한숨을 뱉을 틈바구니는 누구에게나 있다. 동물권과 동물복지는 아직 우리 사회에 익숙한 의미가 아니다. 관련 기사에는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사람부터 챙기라'는 댓글이 쏟아지기 일쑤다. 비슷한 논조는 어디에든 있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무상급식 지원에도, 해외 전시 국가의 난민에게 돌아가는 지원에도, 하다못해 국가유공자와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을 후원하는 예산에도 그런 악플은 따라붙는다.


 손바닥만 한 파이를 들고 왜 내가 먼저 이것을 먹어야 하는지 소리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많은 파이를 구워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나의 생존을 위협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폭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보편적 가치 하에 공감과 연대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그만큼의 능력을 가진 존재로 발전했다 믿는다. 다만 우리 모두의 이기심이 아직 그대로일 뿐이다. 누구든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다. 그러나, 내가 오로지 나의 아픔만 생각한다면 언젠가 그 가시가 내 목구멍을 찌르고 있더라도 그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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