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소한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멜리 Nov 19. 2018

리트리버를 만난 날

넌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야

 지난 주말에 등산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데 떡볶이집 앞에 리트리버 한 마리가 보였다. 주인분은 포장 전용 창문에서 떡볶이를 주문 중이셨고 리트리버는 나를 보며 자기한테 다가오라 주문 중이었다.


 홀린 듯 다가가서 주인분께 먼저 강아지 만져봐도 되는지 양해를 구했는데, “제발 만져주세요.”라고 하셔서 빵 터졌다. 내가 손을 뻗자 손이 닿기도 전에 애기가 바닥에 등을 대고 드러누웠다. 너무 귀여워서 드러난 배를 쓰다듬는데 자꾸 얼굴을 들이 미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얼굴을 만졌더니 앞발을 들어서 배에도 손을 가져다 댄다. 그렇지, 내가 손이 두 개나 있는데  멍청하게도 한 손만 사용했구나. 역시 리트리버 똑똑해. 이 길거리의 미천한 행인 1일뿐인 나에게 온몸을 허락한 큼지막한 누렁이는 일어날 생각이 없었고, 주인분은 주문한 떡볶이가 나오자 애기를 일으켜 보려 애를 썼다. 나도 손을 떼고 일어났는데 누렁 애기는 누워서 꼬리를 치며 나만 쳐다봤다. 주인분은 아까보다 더 체념한 목소리로 “정말 죄송합니다..”하시더니 일어서면 족히 내 가슴팍에 올 덩치의 리트리버를 어깨에 들쳐 메고 사라지셨다. 골목을 따라 사라지는 주인분의 손목에는 떡볶이가 담긴 검은 봉다리가 흔들거리고, 어깨 위엔 꼬리를 흔드는 누렁이가 한 마리. 너무 귀여워서 남기지 않고선 못 배길 풍경.

 이 날의 기억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만나는 친구들 마다 자랑을 하며 리트리버 키우고 싶다 소리를 쳤는데.. 일단 돈을 벌어서 마당 있는 집을 살 때까진 불가능. 그리고 나보다 남을 더 좋아하는 내새끼를 보며 질투를 가라앉힐 평정심을 가질 때까지는 불가능할 것 같다. 후자 때문에 평생 안될 일 같기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