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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Sep 12. 2020

로컬 카야맛집 -  Keng Wah Sung Cafe

카야 원정대

큰일이다. 찾았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맛집이 나온다. 행복한 고민이다.

금요일 저녁, 해피아워를 마다하고 부리나케 달려간 곳은 회사에서도 멀고 집에서라면 갈 엄두도 나지 않는 동 쪽 끝의 로컬 음식점이다. 완탄면, 나시 르막, 미시암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카야토스트로 이름이 난 곳이다. 올해 한 번도 카야 토스트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시시한 친구를 데리고 방문하였다. 아무리 혼밥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같이 먹는 재미는 아직도 어마 무시하다. 곧장 카운터 겸 부엌으로 가서 토스트를 시키고 휴지로 열심히 식탁과 의자를 닦았다. 3분 뒤, 카야 토스트가 나왔다.

1. 가격 


체인점이 아닌 로컬 맛집이라 그런지 인심 후하다. 조식 세트로 카야토스트 2조각, 커피, 반숙 두 개를 합해 3.5불이다. 우리는 이른 저녁에 방문하였고, 저녁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카야토스트에 집중, 인당 4조각씩, 계란 없이 음료와 함께 시켰다. 그래도 둘을 합해서 8불 조금 넘게 나왔으니 혜자스럽다.


2. 토스트


처음에 나왔을 때는 그냥 빵조각만 나온 줄 알았다. 옆면을 보면 두개가 합쳐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두 개를 합치고 사이에 버터와 카야를 발라도 보통 토스트 하나의 두께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맛은 두배로 보장된다. 마치 불필요한 빵들은 버리고 본연의 맛에 집중하라는 뜻인 것 같다. 빵을 밀대로 미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큰 도마 한편에 빵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니 미리 밀어놓는 것 같았다. 적당히 밀어서 적당히 태운 맛이 아주 좋았다.

얇디 얇은 빵의 두께


3. 카야잼


역시 카야잼은 양이 생명이다. 너무 많이 발라도 눅눅하고 너무 적으면 퍽퍽하다. 동등한 두께로 전면에 발라진 잼은 판단 향이 나는 녹색 잼. 나의 취향 적중. 빵이 얇다고 하여, 4조각이나 된다고 하여 대충 만들지 않는다. 정성이 느껴진다.

4. 버터 


건강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보통의 버터이다. 가운데에만 몰아넣지만 그래도 좋다. 가운데를 먼저 크게 베어 물면 버터와 카야의 향이 진하게 혀 끝에 남는다. 조금 느끼해지는 찰나에 바삭한 식빵의 끝단을 얼른 씹어보면 일주일간 쪼그라든 나의 마음은 스르르 풀어진다.


5. 음료 


나는 밀크티를, 친구는 바리 차를 시켰다. 신기한 점은 보통 no sugar라고 해도 어느 정도 단 맛이 나는데 이 집은 아주 진한 티에 우유를 제대로 섞어서 애프터눈 티 느낌을 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로컬 음식점에서 마셔본 티 중에 가장 내 입에 맞았다. 역시 저녁에 먹는 카야 토스트는 밀크티가 제격이다.


6. 위생상태 


최악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청결함은 원한다면 로컬 음식점은 통과하는 것이 좋다. 인도까지 식탁을 놓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뭐가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다. 식탁은 직접 물티슈로 닦았고 치우지 않은 커피잔은 옆으로 밀어 놨다. 천만명의 엉덩이가 왔다간 것 같은 의자 위에도 무언가 찝찝한 부스러기가 있다.

빠르게 식당을 나가는 친구의 뒷모습

7. 분위기

외국인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에 그것도 로컬 아저씨들만 앉아계신다. 난닝구를 배 위로 올리고 지독한 냄새의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 말이다. 한국말로 떠드는 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셨다. 사실 식당의 모두가 쳐다보았다. 나올 때 한국인을 처음 보는 것처럼 신기해하던 한 분이 중국어로 말을 걸었지만 모르는 척하였다.


총평: 4/5


흠잡을 곳이 없는 빵과 음료, 친절한 아저씨였다. 다만 청결함을 생각하여 최고점을 주지는 못하였다. 여러번 검색한 후 맛집 탐방을 작정하고 갔기에 기꺼이 앉았지만 지나가던 길 보이는 아무 식당이었다면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주민이라면 새벽 5시 반부터 밤 11시까지 여는 이 곳을 애용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재방문 용의는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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