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 원정대
옛날 옛적 카야토스트를 찾아 떠난 이야기이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이라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택시비는 2만 원 정도 나왔다. 일요일 아침을 내어준 친구들을 위해 택시를 타고 친구 집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 3명이서 만원을 내고 토스트를 먹었으니 인당 만 원짜리 토스트를 먹은 셈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거의 호커센터에서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쇼핑을 간 김에 먹었다', 혹은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가 성립되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남의 집에 놀러 간다는 심정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Bishan으로 간다고 했더니, 친구의 남자 친구는 'Mel은 정말 카야토스트에 집착이 저는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찍 가지 않으면 12시 이전에 sold out이 걸린다는 이 집, 이 집의 특성은 숯불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 옛적 토스터기가 없던 시절, 숯불에 빵을 구워 카야토스트를 만들었는데 그 방식을 지금까지 고수하며 숯불 카토를 만드는 집이 정말 없다고 한다.
1. 가격
점심을 먹으러 갈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계란은 먹지 않기로 했다. 토스트 6조각, 음료 3개에 총 12불 정도가 나왔다. 인당 4불이니 다른 로컬 카페들과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높은 것 같지만 워낙 빵 두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다.
2. 토스트
빵이 얼마나 거대하던지, 첫인상은 빵 무더기를 쌓아 서빙하는 느낌이었다. 멀리에서도 자기주장 확실한 토스트 더미. 겉바속촉은 옛날부터 알아줬나 보다. 숯불에 그을린 겉 바가 본래 토스트의 속촉을 살포시 감싸주고 있다. 나는 스팀 토스트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사실 얇게 태운 토스트 취향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안성맞춤. 같이 간 친구는 이런 빵이 더 좋다고 귀띔해주었다.
3. 카야잼
여기는 버터 맛집이다. 카야잼이 있긴 한데 맛을 내지는 않는다. 달달한 맛이 분명 느껴지는데 판단의 향은 없다. 이름하여 논야카야잼.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달걀과 코코넛만으로 이루어진 잼인 것이다. 판단 잼은 사랑인데 말이다.
4. 버터
뚝뚝 떨어지는 버터 수준이다. 하도 두꺼워서 버터가 녹지도 않는다. 그대로 입에 미끄러져 들어가면 단짠의 조화가 폭죽처럼 퍼진다. 몇 번 오물거리다가 떼 (tea)를 쪼록 마시면 끝. 이 세상 안녕
5. 음료
평균 수준이다. 커피는 약해도 뭐라 안 하지만 차는 무조건 강한 향을 선호하는지라 아쉬웠다. 커피를 시킨 나의 친구도 고개를 절레절레.
6. 위생상태
딱 호커센터 그 수준이다. 보통의 수준보다 아주 약간 더 깨끗한 수준이랄까? 빵이 워낙 두껍고 촉촉해서인지 부스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7. 분위기
동네 주민만 올 것 같은 분위기. 여기에서 토스트를 하나 딱 먹고 근처 비샨 공원에 산책을 가면 오전 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총평:3.5/5
숯향이 아니었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로컬잡지를 보고 왔는데 소중한 일요일 아침을 쏟을 정도는 아닌걸로. 자고로 카토는 빵이 얇고 판단 향이 훅 나는 잼을 알맞게 바른 후에 정신 반짝 나는 강한 티가 제격이다. 지난번에 먹은 Keng Wah Sung 카페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