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 토스트 원정대
원래는 Heavenly Wang을 가볼 예정이었지만 이번 주는 차를 쓸 수 없다는 친구 말을 듣고 급하게 목적지를 변경하였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도 함께 듣고 싶어 로컬 친구 둘을 모시고 여느 싱가포르 사람처럼 아침을 먹으러 9시에 만났다. 9시에 가도 줄이 상당했다.
집 앞 쇼핑몰에는 토스트 박스와 야쿤 카야 토스트가 함께 있는데, 야쿤 카야 토스트는 줄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길었기 때문에 10여분 정도 서성이다가 아쉬운 대로 토스트 박스로 향했다. 무섭게 성장한 토스트 박스는 Bread talk group 브랜드로 싱가포르에만 80개 살짝 넘는 지점이 있다. 동서남북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일요일 아침인데 다들 늦잠도 안 자나 보다... 그나마 줄이 짧았지만 그래도 20분 이상 기다린 것 같다. 현지 친구들에게 토스트 박스란 '일부러 찾아가기보다는 선택지가 없을 때 가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토스트 박스를 야쿤 토스트만큼 좋아한다고 했더니 바로 왜? 가 나왔다. 하긴 이들은 내가 왜 카야 토스트에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카야토스트를 시키면 옆에 앉아서 커피만 홀짝 거리지만 그래도 동행이 있으면 훨씬 맛이 좋다. 아직 혼밥 초보여서 그렇다.
이번에는 계란까지 포함한 세트를 시켰다. 보통 카야토스트는 토스트 + 음료 + 계란 2알이 세트이기 때문에 가격비교가 편한데 이번에 확실히 느낀 것은 토스트 박스가 다른 체인점보다 비싸다는 것. 야쿤 카야 토스트가 4.8불인데 토스트 박스가 5.7불이니 25프로 정도 비싼 가격인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2인분을 시켰는데 작은 빵 4조각이 나오길래 하나 덜 나왔다고 했더니 다 나왔단다. 진심... 이세요?
야쿤은 양도 2배에 가격도 더 싸다. 뭐 multi grain 빵을 쓰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100프로 살로 가는 그 흰 빵이다. 찾아보니 가격도 지점마다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호텔에 있는 토스트 박스는 아예 kaya multi grain set로만 팔고 7.4불을 받고 있다. 나라면 가지 않을 것이다.
두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killiney kopitiam과 비슷하게 알맞았다. 겉도 속도 바삭한 야쿤, 겉바속촉인 킬리니에 비하여 토스트 박스의 빵은 그냥 밍밍한 편이다. 그릴로 색감은 냈지만 색다른 맛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껍지도 않기 때문에 먹기 좋다.
버터: 인심 좋게 준다. 얇게 슬라이스 하지 않지만 아주 큰 덩어리를 끼워준다. 하지만 짭짤하고 신선한 맛은 아니다. 짜지 않고 풍미도 보통이어서 느끼함을 잡아주지 못했다.
카야잼: 내가 토스트 박스를 오지 않는 이유, 바로 판단 잼이 캐러멜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판단 잎의 향은 정말 찾아볼 수 없는 맛에 코코넛의 진득한 단 향과 캐러멜의 단 맛이 다른 차원으로 다가온다. 계란과 코코넛과 캐러멜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고소한 판단 잎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 양은 충분했으며 나와 같이 판단 향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정도이다.
위생상태: 가장 좋은 점은 간장과 후추를 일회용으로 준다는 것이다. 환경 생각하면 죄인이 될지 모르나 야쿤에서 주는 병은 도무지 언제 마지막으로 그 병을 세척했는지, 언제 적 간장인지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 번은 망설이고 먹는데 여기는 깔끔하게 일회용으로 주기 때문에 좋았다. 다만 간장 하나를 다 풀면 짤 수 있기 때문에 반절 정도가 좋을 것 같다. 후추는 취향상 넣지 않았다. 물론 단짠에 중독된 나의 로컬 친구들은 이번에도 아무 이견이 없었다. 그릇도 이 나간 곳 없이 깔끔했고 흰색이라 청결해 보인다. 아침이라 그런지 부스러지는 빵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바닥도 깨끗하여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반수란: 알맞게 익었지만 야쿤 및 다른 체인점처럼 알맹이만 주지 않는다. 직접 까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각보다 컸다. 친구도 이 부분에 동의하였다.
그 외
음료: 아침이니 정신을 차리고 싶어 coffee si kosong (커피에 설탕 노 우유 예스)를 시켰는데 정말 소태같이 쓰다. 하지만 같이 마신 싱가포르 친구들은 아무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싱가포르 스탠다드인 것 같다. 한 모금을 마신 후 더 이상 마시는 건 불가능하여 옆 친구의 Tea와 바꿨다. Tea (떼)를 달라고 해도 연유를 넣어주기 때문에 투명한 차는 아니다. 이게 내 입에 딱 맞았다.
빵 선택:0.3불을 더 주면 Multi grain을 선택할 수 있다고 나와있지만 아침 9시에 가도 sold out이라면 그냥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지킬 수 있는 것만 메뉴에 넣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점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직원도 없다고만 하고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총평 - 3/5
가격에서 감점을 크게 받았다. 대표 서민 음식이라 불리는 카야토스트가 별다른 특징도 없는데 다른 프랜차이즈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재료 면에서 다른 점을 느끼지도 못했다. 비싼 가격과 적은 양에 실망했지만 맛 자체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았다. 극히 주관적인 평가지만 더 주관적으로 들어간다면 잼도 내 스타일이 아니고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어도 똑같을 음료 맛에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야쿤에 줄을 길게 서있는 이유가 있었다.
다음 탐방은 자연스럽게 야쿤이 되었다. 카야 토스트의 창시자로 불리고 한국까지 세를 펼친 야쿤 카야 토스트. 정말 많이 갔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평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