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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May 23. 2021

나도 치킨이 되고 싶지만

주말만 겉속촉바가 될래요.

겉 바 속 촉

겉은 바삭하며 속은 촉촉하다.


겉은 크로와상같이 바삭하고 안은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옳다. 제대로 옷을 갖춰 입은 치킨 닭다리가 대표적이고 혹여나 설탕이 털릴까 조심스럽게 베어 물던 꽈배기 같은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바삭함과 촉촉함의 어울림에 그 어떤 식감이 도전할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조합에 불청객이 하나 있다면 그건 사람일 것이다. 겉은 티타늄이지만 속은 연두부의 면모를 뽐내는 사람들.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자기 관리는 끝내주게 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고, 멘털이 강하고 털털한 친구인 줄 알고 쉬어가려고 다가오다가도 속을 알면 한 없이 여린 사람임을 알고 놀랐다고 증언하는 주변의 친구들이 있다면 겉촉속바, 즉 외강내유의 사람들일 것이다.


외유내강의 아름다움은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의 향기로운 일화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도,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낯설 것이 없다. 외강내유는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지만 나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의 유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유형의 사람들이지만 이 뜻으로만 이해하기에 외강내유는 조금 억울한 것이다. 겉으로는 무쇠 장군 같지만 누구보다 여린 소녀의 속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주어진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본디 '나'란 존재는 안팎으로 여리지만 겉으로라도 센 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은 요즘이다.


언제는 편안한 세상이었겠냐만은 점점 험난 해지는  세상을  살기에 외유내강은 너무 고달프다. 직장에서는 예스맨에 되어, 하지 않아도  온갖 일들을 떠맡는 호구가   있고, 뜻하지 않게 주위의 모든 짐을 등에이고 허덕이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수도 있다. 나에게 너무 엄격해서 쉽사리 행복을 느낄  없고,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겉으로는 한없이 인자하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월화수목금토일을 모두 겉바속촉인 치킨으로 살기에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점점 팍팍해지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대인배가 되지 못하는 소시민의 조그마한 변명이자 외침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지만 외유내강으로 살기에 속 깊숙이까지 지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러므로 나는 주말만 마음 놓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외강내유가 되기로 했다. 일단 내가 나에게 관대해지고 나태해지고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그 힘으로 일요일 저녁에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외강내유의 월요일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나만 힘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든 것이라고, 힘들어서 틱틱거리고 힘들어서 꼰대력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을 조금 더 측은한 눈빛으로 따뜻하게 감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간다.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예외와 불확실들이 떠다니지만 주말만은 남 걱정일랑 내려놓고 내 걱정에 집중하고 나를 가꾸는 데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일단 바삭거림이 옆집까지 전해질  같은 치킨  마리 가슴 벅차게 시켜놓는 것부터 시작해본다. 주말이니 조금만  나에게 관대해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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