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그리고 망고 해프닝
멜입니다.
연초부터 내리 달리다가 그래도 조금 쉬어가라고 만든 듯한 설날 연휴가 다가왔네요. 한국은 월요일부터 휴가라지만 싱가포르는 월요일에 일을 합니다. 물론 반나절만 일하고 직원들을 보내주는 회사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꽤 있는 것 같아요. 작년 설날 때는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면서 친구들 부모님께 용돈도 받고, 마작도 배우며 설날 풍습들을 흥미롭게 바라봤지만, 올해에는 저도 떡국을 끓여먹고 전을 부칠 예정입니다.
세뱃돈 받던 좋은 시절은 일치감치 지났고, 이번 설에는 겨울에 있는 서울 집에 망고나 한 박스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마침 엄마도 망고가 먹고 싶다 하니, 가장 좋은 놈으로 골라서 배송하였습니다. '어련히 잘 먹고 있겠거니' 하고 기억 속에서 잊혔습니다. 그런데 어제,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엄마가 망고는 그래서 언제 오냐고 묻는 것이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일주일 전에 보낸 망고가 아직까지 안 갔을 리는 없고, 누가 우리 집 문 앞에 있는 망고를 가져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얼른 쇼핑몰에 들어가서 주문을 확인하였습니다. 4일 전에 도착하여 물품인도를 하였다고 나와있더라고요. 엄마한테 경비실을 가보라고 하고 배송정보를 무심코 확인했는데, 웬 걸요. 교수님한테 망고가 갔네요.
한국을 떠날 때 감사드릴 일이 있어, 교수님께 선물을 보냈는데 그 주소가 저장이 되어 망고가 그만 교수님 오피스로 가버린 겁니다. 항상 감사드려도 모자란 교수님이기에 아깝지는 않았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황당했을 거예요. 더구나 아빠 이름으로 배송이 된 상태라 도대체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망고를 어찌해야 할까 고민이 드셨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서둘러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설날이어서 달콤한 망고를 보내드렸는데 잘 받아보셨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리고 이내 교수님께 답변을 받았어요. 누가 보내었는지 몰라서 답답했다면서 교수님께서는 가족들과 함께 잘 드실 예정이라고 하였어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하면서 망고 말고 현금으로 달라는 우리 엄마와 흐뭇하게 웃는 교수님 얼굴이 겹쳐져 저도 그냥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렇게 교수님께는 망고를, 엄마에게는 현찰을 드리는 명절. 누구에게 선물을 하고, 감사인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새삼스럽게 와닿습니다. 자랑스러운 제자로 교수님께 찾아뵐 수 있는 날까지, 저는 싱가포르에서 열심히 돈을 벌면서 적당히 놀아야겠습니다.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