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떨어졌지만 맛있는 점심 대접을 받았습니다.
면접관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멜입니다.
바로 글을 올린다는 게 이렇게나 늦어졌네요. 저는 그 사이 여름에서 겨울로 건너와 한국의 추위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연말은 보내고 돌아갈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며칠 전, 급하게 점심 약속이 잡혔습니다. 2주 전에 면접을 보았던 면접관에게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어요. 점심을 꼭 하고 싶다며 다음 주 언제 시간이 되냐는 그녀의 연락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사실 면접을 보고 난 후 2주 동안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알아서 마음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직은 이른 것 같고, 승진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뜸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와서 이건 또 뭔가 싶었어요.
면접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했습니다. 경력직이 되고 나니 면접이 더욱더 예측 불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예상과는 달리 a팀장님, b팀장님, 그리고 상무님까지 세 분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었고 zoom 세팅을 예쁘게 끝냈지만 갑자기 teams로 바뀌는 바람에 얼떨결에 꽃분홍색 이불을 뒷 배경으로 면접을 보았습니다.
질문 난이도가 높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엄청 가고싶은 회사가 아니기에 저도 편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제 레주메와 JD만 열심히 보다가 들어갔고, 예상대로 대부분의 질문들이 무난했습니다. 너무 편하게 봐서 살짝 미안할 정도였어요.
단점 3가지를 말해보라는 질문에 단점은 당연히 3가지가 넘겠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저의 모토이다라며 하나만 말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저도 면접 때 장단점 (보통 장점)을 물어보지만, 3개씩 물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누가 자신의 단점을 3개씩이나 생각하고 다닐까?라고 생각하다가 그 옛날 한국에서 신입 자소서를 쓸 때 나왔던 질문임을 깨달았어요. 아......
그렇게 1시간으로 잡힌 면접은 40분 만에 끝났고, 느낌이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이 큰 회사와 면접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3일 뒤에 간단한 과제를 받았고, 빠르게 제출했지만 그 후에 답은 오지 않았어요. 과제를 말아먹었나 -라고 생각할 즈음 면접관에게 연락이 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간 점심은 예상외로 화기애애했어요. 비싸고 맛난 점심을 얻어먹으며 저를 높이 평가해주신 부분, 그리고 다음 면접으로 올라갈 수 없었던 이유 등을 말씀해주셨고, 앞으로도 종종 만나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안녕을 고했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점심을 먹자고 하셨으니, 제가 면접을 못 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무튼 싱가포르에 아는 한국인 한 분이 더 생겼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정말 이직이 고플 때 도움이 많이 될 분 같아요. 신기한 조합의 만남이지만 즐거웠던 점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