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재택 근무 생활

5주 차입니다.

by Mel

멜입니다.

쓸데없이 바쁜 척하느라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오늘은 너도 나도 하고 있는 재택근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국 중국 할 것 없이 요즘 재택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인데요. 잘 관리되던 확진자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났어요. 초등학교 선생님 + 해외 유입자들 + 핫팟 클러스터 등등으로 산발적으로 집단 감염이 포착되면서 200여 명이던 확진자가 벌써 800명을 넘었어요. 인구가 한국의 10분의 1이라고 대충 말해보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때문에 루머가 극성입니다. 그중 으뜸은 ‘Lock down’입니다. 유럽이 그렇고 인도가 그렇듯이 싱가포르도 곧 집 밖에는 아예 못 나가게 락다운을 시키려고 한다는 뭐 그런 내용. 당연히 사재기가 극성이겠고 정부에서 하루에 두 번씩 그러지 말라고 문자가 옵니다만,,, 현지 친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재기에 동참하고 있죠. 그래도 정부 말은 기가 막히게 잘 듣는 사람들이니 엄청난 카오스는 없을 것 같아요. 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현지 리포터로 빙의했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사태로 인해 거의 모든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팀 별, 층 별 지사 별로 번갈아가면서 하거나 같은 팀 사람들을 여러 지사에 앉혀 놓거나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감지가 되는데, 이번 주부터는 아예 모두 재택근무의 길로 들어선 거 같아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must는 아니고 strongly recommend 정도라서 일주일에 두 번은 회사에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사수와 상의하고 갑니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저라도 좀이 쑤셔서 못 버티겠더라고요. 자가격리 2주 후 회사에 1주를 나갔는데 다시 시작된 재택근무의 늪에서 저는 살아남으려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에 나가지 않으니 라이프가 생겼다며 좋아하시는 분들도 꽤 많겠지만 일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시는 분들은 이런 시기가 못마땅하고 불안할 수 있어요.. (네… 고용안정성이 빵인 저의 이야기입니다)


남들보다 빨리 시작한 재택근무이기에 그만큼 시행착오도 거쳤고 저만의 룰을 정하니 그나마 일할 맛이 나더라고요. 간단히 소개드립니다.


- 잘 씻어라

그렇습니다. 잘 씻어야 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2~3일에 한 번 씻는다고 생각해봐요. 피부가 놀라면서 꼬꾸러집니다. 저 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저는 재택근무 첫 주에 갑자기 얼굴에 뾰루지가 엄청 올라오면서 (특히 이마에) 푸석해져서 ‘아니 화장도 안 하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라면서 엄청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여러 검증 과정을 거친 결과 ‘안 씻어서’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화장을 하면, 하다 못해 선크림이라도 바르면 클렌징 오일로 각질을 녹이고 꼼꼼히 세안을 하는데, 이거 뭐 아무것도 바르지 않으니 물세수만 했습죠. 얼굴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뒤집어졌습니다.


떡진 머리와 꼬죄죄한 얼굴은 재택근무에도 좋지 않습니다. 마음가짐이 너무 달라요. 풀 메이크업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근무 시작 10분 전에 일어나서 눈곱만 떼고 앉는 건 정말 별로입니다. 청결하게 (?) 머리도 제대로 묶고 평소 루틴대로 씻어주세요.....


- 잘 입어라

맞죠맞죠. 잘 씻고 잠옷 차림으로 일하면 또 효율이 나지 않습니다. 몸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최소한 수면바지나 잠옷은 피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 옷 그대로 침대에 가서 한 번씩 쓰러집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켜요. 해야 하는 일 들도 머리 저 편으로 사라집니다. 캐주얼한 옷도 좋으니 입고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옷으로 갈아입는 게 좋습니다. 요가할 때 요가복 입고 러닝할 때 러닝화 신고랑 똑같은 개념이에요. 일 할 때는 일하는 복장으로 갈아입어주세요.


- 늦잠은 쪼꼼만

늦잠을 안 잘 수는 없습니다. 예...... 재택근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천하가 아는데 어떻게 늦잠을 아예 안 잘 수가 있습니까!!! 하지만 정말 업무 시간 10분 전에 일어나고 이러지는 말아요. 뇌는 아직 멍하고 온갖 오탈자 들이 난무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깨져버린 패턴에 몸도 찌뿌둥 해요. 저는 9시 출근이고 보통은 7시 반에 일어났지만 지금은 8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동안 아침도 느긋하게 먹고 라디오도 듣습니다. 오늘 할 일을 하나씩 적어가다 보면 훨씬 효율이 오른답니다.


- 공간을 분리시켜라

침대에서 일하는 게 최악입니다. 일하다가 자요. 홈오피스? 저도 없어요 식탁도 소파도 없어요. 하지만 거실 한 구석에 최대한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꾸며놓고 딱 일하는 용도로만 씁니다. 거기에 앉아서 티비보고 밥 먹고 손톱도 깎고 이러면 소용이 없어요.. 딱 일만 하는 공간이 있는 건 중요한 거 같아요. 허리 안 상하게 조심하시고요.


- 쉬는 시간 중요하다

쉬는 시간 좋죠. 하지만 정해놔야 합니다. 집이잖아요? 저처럼 집에서 굴러다니거나 흘러 다니는 분들 있죠? 방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주방 한 번 건드리고, 화장대 한 번 기웃거리고 하다가 앉아서 자꾸 딴 길로 샙니다. 커피 타임은 미리 정해놓고 맞추어 쉬세요. 회사에서 3시에 간식타임을 가졌다면 그대로 가지는 것도 좋아요.


여기는 virtual coffee break를 같이 갖는 분들도 있어요. 팀원들끼리 시간을 정해서 비디오를 켜놓고 커피를 마시면서 같이 쉬는 거예요. 무한함이 우주까지 뚫고 가지만 익숙해지니 좋은 루틴이 되었어요. 회사 내 친한 분들끼리 시간을 정해놓고 수다를 떠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커피 타임을 늘렸어요. 회사에서는 콧물을 부르는 에어컨에 항상 긴장되어 있었지만 실온에서 일하니 아주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원래 커피는 잘 안 마시지만 집에서는 연하게 두 잔 정도 아침에 한 번, 점심 후에 한 번 마시고 있습니다. 나름 루틴이 되니까 효율이 높아졌어요. 사무실로 돌아가면 다시 끊으면 되겠죠?


- 야근하지 마

야근을 자꾸 합니다. 시간은 어느덧 5시, 어휴 밖에 햇살이 좋네 잠깐 산책하고 와서 밥 먹고 8시에 일해야겠다고 생각하면 8시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겨요. 그리고 괜히 늦은 밤에 메일을 끌적 거립니다. 티비에는 넷플릭스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고 내 눈은 모니터와 티비를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평소에는 5분이면 족할 일을 20분 넘게 잡고 있지 않나요? 회사에서보다 더 타이트하게 시간을 잡고 해도 사람인지라 풀어지고 노곤 해집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스케줄을 세우고 일해 보세요. 집에서 야근하면 배로 피곤해지니까... 그 맘 아니까...


이러나저러나 다들 힘든 재택근무,,, 직원들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회사도 힘들 거예요. 모두 다 같이 슬기롭게 이겨냅시닷!


치알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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