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은 사랑이다.
미안함. 미안함 뿐이다. 첫인상으로 쉽게 포기하려 했던 인생 와플집은 주변 사람들의 끝없는 부추김 덕에 다시 리스트로 올라왔고 싱가포르에 온 지 6개월째, 나의 카야 방황기도 막이 내렸다. 더 이상의 방황은 필요하지 않다.
Raffles Place 지하상가에 있는 Levure Naturelle이다. 별다를 것 없는 빵집이지만 이 집의 아침은 분주하다. 동료들 주문까지 몽땅 넣는 사람들 통에 아침에는 20분 이상을 기다릴 때도 있다. 그래도 기다린다.
여러 가지 옵션이 있다. 초콜릿, 크림치즈, 팥과 같은 보통 맛이 있고 초콜릿 마쉬멜로우, 오레오 크림, 크랜베리 초콜릿 같이 한 마디씩 더 붙은 프리미엄 맛이 있다. 카야는 모든 맛을 이기지만 싱가포리안들에게는 보통 맛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는 똑똑한 인간이기 때문에 마지막 옵션을 만들어냈다. 두 가지 맛을 섞을 수 있는 것이다.
카야 & 팥 / 카야 & 크림치즈 / 카야 & 초콜릿 수많은 시도 끝에 찾아낸 최고의 맛은
그냥 2.2불짜리 카야가 제일이다. 그러면 바로 2분 동안 반죽을 구워 와플을 만든다. 기계가 많지 않아서 한 번에 4개까지 구울 수 있다. 그리고는 카야잼을 듬뿍 발라준다. 얼마냐 듬뿍이냐면, 종이 봉지에 항상 잼이 흘러나올 정도이다. 한국에 반짝했던 야쿤 토스트의 쥐똥만 한 카야잼을 기억한다면 유감이다.
잼이 줄줄 흘러 마음을 편안하게 적신다. 물론 내 뱃살도 적신다.
한 입 먹고 나면 더 사랑스럽다. 더 사랑스러운 건 와플은 한 쪽이 아니라 두 쪽이라는 것이다.
초반에 강렬하게 끌렸던 바싹 탄 카야토스트도 좋지만 나의 원픽은 즉석에서 반죽으로 빵을 구워주는 나만 몰랐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았던 이 와플집, 카야 덕후인 싱가포리안 친구도 인정한 카야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