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크로아티아 여행기 2
크로아티아의 노천시장에는 꽃을 파는 좌판이 정말 많다. 시장을 반으로 나눴을때 한쪽 좌판이 죄다 꽃판?일정도로 장터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유럽에선 꽃이 돈이 된다는 얘기를 어렴풋하게 들은 기억이 있다. 특히 튤립 소유증서는 거래에서 중요한 담보가 되기도, 튤립 모종은 투자 수단이 되기도 했었다.
놀라운 건 크로아티아 시장에선 그런 고급스러운, 대개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는 종류의 그것들을 보기 힘들었다는 거다. 한국 장례식장에서나 볼법한 근조화, 횡단보도 옆 화단에 심겨진 이름 모를 꽃들, 그외 다수 국화류들이었다. 그 흔한 장미, 백합, 해바라기는 없었다.
'크로아티아에 노령인구가 많은 걸까?'
'매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고??'
시장을 나온 사람들 손에는 한아름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장례식에 가는 것 같진 않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아주머니는 꽃병에 꽂아두면 좋을만한 꽃 몇송이를, 청년은 자가용을 장식할만한 화분들을 사들고 갔다.
이건 크로아티아 국민들이 꽃을 얼마만큼 좋아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건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잘 즐길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나는 목표를 세우거나 자주 그런 비슷한 행위를 하는데, 그건 아빠로부터 배웠다. 아빠는 매순간 삶의 목표를 위해 살아야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매우 의욕적이지만 쉽게 지쳐버리고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면 일상은 어느새 엉망진창이 돼있다.
삶의 목표를 세우는 건 좋지만 우린 가끔, 자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몰돼버리는 우를 범하곤 한다. 그건 완전히 가치가 전도되는 일인데 '멋진 인생'을 이루기 위해 매일 불행한 삶을 사는 것과 같다. 그러지 않기 위해 꽃이 필요하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가끔 꽃을 보고 웃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은 항상 시궁창이고 처리해야 문제가 산더미가 되어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욕실 창문, 책상 위, 소파 옆,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화분을 두어야 한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을 멈추고 꽃을 감상한다는 건 가쁜 숨을 고르고, 잠시 소홀했던 내 주변을 돌아보며, 다시 목표를 향해 달릴 힘을 충전한다는 행위의 총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