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과의 싸움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주말 동안 아내는 내게 수영복과 물안경을 선물해 줬다. 나도 모르게 수영강습 받는 이야기를 한참동안 한 것 같다. 새로 득템한 아이템을 착용하고 싶었던 것인지 지난 몇 년간 출근 시간이 돼서야 겨우 일어나던 내가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번쩍 떠진 것이다. 다섯 시 반에 집을 나서 수영장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한 몇 명의 부지런한 회원들이 개인 연습을 하고 있었다. 레슨을 시작하기 까지 십여 분의 시간동안 혼자 수평 뜨기와 발차기 연습을 했다. 아무도 없는 레인에서 한쪽 벽(데크)를 잡고 발차기 연습을 했다. 강사는 무릎이 구부러져 물 위로 발이 올라가지 않게 무릎을 피고 발목의 힘을 빼고 발차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발차기는 물속에서 물을 미는 것이지 물 밖에서 공기를 차는 게 아니라는 말을 명심하며 열심히 찼다. 그리고 이어 수평 뜨기 연습. 꽉 잡은 두 손을 떼고 팔을 평행이 되게 펴니 확실히 중심 잡기가 좋았다. 고개를 숙이고 팔을 펴고 발차기를 시작했다.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발목에 힘은 빼고 물 위로 발이 높게 나오지 않게 하며…….
강습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지난 주 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회원들이 다 출발하고 이어서 내 차례가 되었다. 힘차게 앞으로 출발했다. 강사는 큰 소리로 내게
‘회원님 발이 벌어지잖아요. 엄지발가락이 스치듯 하라고 했죠!’
난 도무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25미터를 끝에 도착해 앞에 계신 여성 회원님(나중에 알았지만 나보다 다섯 살 누님이시다)께 물었더니 지난 시간에 설명했다고 했다. 왜 난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다시 25미터를 돌아가는 길에 엄지발가락이 스치듯 발차기 하는데 집중했다. 두 팔을 평행이 되게 펼치고,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쭉 펴서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게 허벅지에 힘을 주어 발차기를 하고, 발목에 힘은 빼고 양 엄지 발가락이 스치듯 다리가 벌어지지 않게... 할게 너무 많았다. 10분 일찍 와서 연습한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여전히 나는 맨 끝에서 간신히 수업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왕복을 했고, 강사는 우리를 모아 팔 돌리기(스트로크)를 알려 주었다.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돌리는 것인데, 물 밖에서도 절대로 뻗은 팔이 굽혀지면 않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깨를 돌려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롤링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른팔을 돌릴 때 물 위의 왼 팔이 쭉 펼쳐져 있어야 한다고 했다. 수영장 한쪽 벽(데크)에 왼손을 집고 오른팔을 돌리는 연습을 시작했다. 몸을 약간 비스듬이 하며 물속에 들어간 팔이 허벅지를 스치듯 돌려 밖으로 나오면 돌리는 팔의 반대쪽 어깨를 비틀어 주어 팔이 180도 돌아 물속으로 돌아오게 하는 연습이었다. 몇 번을 반복하고 실전 연습에 들어갔다. 제일 앞에서 출발하는 7~8명의 회원들은 이전에 수영을 배웠던 분들 같았다. 강사의 설명대로 자연스레 출발을 했다. 물론 수준차가 있었지만 나름 잘 갔다. 문제는 그 이후에 출발하는 회원들이었다. 팔을 돌리면 바로 가라 앉았다. 내 차례가 되어 수평뜨기 자세에서 발을 차다 오른쪽 팔을 돌렸다. 그런데 가라 앉지 않았다. 왼팔도 돌렸다. 가라 앉지 않았다. 심지어 앞에 가시는 아버님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뭔가 자신이 붙었다. 발차기도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25미터 왕복을 하고 돌아온 사람중에 팔을 구부린 대표적인 회원으로 나를 지목했다. 게다가 발차기도 자꾸 무릎을 구부려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내 몸의 관절과의 싸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