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환자로 지낸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3년 전, 불안장애를 경험했을 때만 해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것과 같았다. 더 사고 싶은 것도 없었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반복되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의 행복한 모습만 보였고 이 세상에서 나만 힘들어 보였다.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반복되는 생각을 끊고 싶었고 끊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결국 자살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살을 하면 마치 고통이 끝날 것만 같다는 이유에서이다.
나같이 평범하고 즐겁게 살아온 사람도 그런 위험한 생각이 들 정도로 끝내고 싶은 것이 불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정신적인 질병은 정말 위험한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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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약하다',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 등 이런 말 들이다. 이런 말 하나하나가 불안을 겪는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이다. 당신에게 그렇게 가벼운 말이 나와 같이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에게는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그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나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는 동안 불안이라는 감정을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뿐이다. 그렇기에 힘내라는 말이라던지 의미 없는 격려와 조언보다는 옆에서 든든히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내가 불안을 겪는 동안 참견하고 조언하던 사람들 얼마 가지 못해 내 곁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도저히 나를 이해할 수 없었고 늘 어두운 나의 모습에 지쳐 떠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에 정신질병에 대해 알지 못한 사람이지만 내 곁을 진심으로 지켜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지금 조금 나아진 줄 알았다. 그러나 조금뿐이었다. 그것이 불안장애 환자의 삶이다. 불안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른 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가끔 아주 가끔씩 고개를 내밀며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느낌이다. 내 인생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던 것일까..
그 어떠한 것도 나에게 위로가 되어줄 순 없었고 그렇기에 홀로 이겨내야만 했다. 정말 힘들다 죽을 만큼.
작가의 서랍을 오랜만에 열어보았다.
내가 쓰다가 멈추었던 글 중에 위와 같은 글이 존재했다.
위험한 생각. 아직도 생생하게 나는 그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던 내가 기특하다. 정말 힘들었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잡생각들.... 뭐 먹고 살 지부터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 생각은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 끝은 우울이라는 결과밖에 없다는 게 너무 무서웠고 힘들었다.
지금은 불안을 극복했다?
불안이라는 감정 앞에서 흔들리는 나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생각의 끝은 과거와 달리 늘 행복하다. 힘들고 슬프고 우울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임에 틀림없고 성장통이라는 것을 겪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