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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Apr 17. 2022

불안장애 환자의 두 번째 이직 이야기

불안장애 극복 하기

글의 제목대로 이 이야기는 30대 중반 직장인이자 한 집안의 남편 이야기인 나의 이야기이다.


 2년 동안 나는 불안장애를 극복하고 얼마나 행복하였는가? 마치 불안장애를 전부 극복한 것처럼 너무나도 행복했다. 우리 가족에게 새 생명도 찾아오고 지금은 내 곁에서 성을 내며 이유식과 분유를 먹고 있기도 하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한 나의 아내와 딸. 이뿐만 아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근무를 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회사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조짐을 보이는 그 녀석.


 요즈음 IT산업분야의 높아진 연봉 탓이었던가 회사 동료들의 이직이 빈번히 발생했고 나 또한 분위기에 휩쓸려 이직을 하게 되었다. 꼭 가고 싶었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지금보다 훨씬 많이 주는 연봉에 마음이 흔들렸고 이직하기로 결심했다.

 야근이 빈번했던 이전 회사에서는 야근비가 따로 발생되지 않았다. 그러던 나에게 찾아온 달콤한 유혹의 오퍼. 월 100만 원 이상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야근비 지급에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조금 멀어진 회사, 보수적인 회사, 심지어 면접관이 이야기도 없이 들어오지 않아 다음날로 연기되었던 것 등 어떠한 단점도 높아진 연봉이라면 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이직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퇴사라는 결정을 해야 했다. ESTJ이인 나에게 다음 행선지도 없이 퇴사라는 선택은 그만큼 내가 너무나도 힘들었고 다시 불안이 찾아왔다는 이야기이다. 다 극복한 줄 알았는데 말이다.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굉장히 많다. 1주일 만에 단점이 많을 수 있을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용납되지 않지만... 나는 그런 선택을 해야 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나에게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해보겠다.

 첫 번째 근무했던 회사와의 거리는 약 1분 이내 거리. 불안장애로 힘들었던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의 기억 그리고 그 동네에 있는 카페, 식당, 공원 등 주변 환경은 나의 불안장애로 힘들었던 기억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리고 불현듯 그 기억들은 금방 나에게 찾아왔다.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동네였는데. 가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했지만 높아지는 연봉이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를 또다시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이유 같아 보이지만 불안장애로 힘들어했던 그 동네를 다시 가는 것이 이처럼 힘들 줄은 몰랐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업이라는 업계 탓이었을까?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정체되어있는 회사였다. 환경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말이다. 첫 번째 회사에서도 굉장히 IT시대의 뒤처진 모습에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었는데 이곳은 첫회사의 3년 전 모습이 지금 재현되고 있다. 큰 충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IT 업에서의 30대 중반인 나의 나이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가장 어린 사람이기도 했다. 심지어 내 위에는 40대 이상의 사람들만이 존재했다. 보수적인 환경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감히 상상도 못 했던 나였기에 퇴사를 심각하게 생각했다.


 퇴사라는 것이 다들 알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급여가 끊긴다는 이야기다. 10년 차인 나는 10년 동안 한 번도 급여가 끊겨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급여가 끊긴다는 것은 생활비, 통신비, 대출이자 등 우리 가족의 생계와도 직접 연결된다는 것이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가장 큰 부담이 되었다. 언제나 든든한 나의 아내도 지금은 육아휴직 중일뿐더러 우리 가족의 비타민인 딸도, 그리고 만기가 되어가는 전셋집, 가정의 달, 딸의 돌잔치 등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돈이 들어갈 곳이 너무나도 많은데 내가 지금 다음 목적지도 없이 이렇게 떠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면서도 나는 계속 힘들어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약을 먹어왔지만 잠도 잘 못 잘뿐더러 식은땀도 흘리는 나의 모습. 지하철에서 쓰러지는 것이 아닐까 하며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던 아내는 두말없이 퇴사를 해보고 다시 준비하자고 격려해주었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놓은 돈으로 생활하면 되는데 무엇이 걱정이냐며 나를 안정시켰다. 모아 놓은 돈으로 1년은 버틸 수 있어! 그리고 내가 복직하면 되니까 급하게 준비하지 말고 여유롭게 준비했으면 좋겠어"

이런 모습의 남편에도 내덕에 대부분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나의 아내. 눈물이 핑 돌았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불안장애 남편을 둔 아내로서 얼마나 힘들지 미안함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이 시간을 경험하면서 높은 연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전보다 조금은 단단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문득 찾아오는 불안함을 마주할 때 아주 조금은 서있을 힘이 생겼다는 점이.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고 한없이 최악의 생각만 하는 나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때마다 긍정적인 생각, 최고의 결과, 행복한 생각을 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조금은 단단해진 듯싶다. 그렇게 나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다시 준비할 것이다. 힘을 내서 말이다.


https://brunch.co.kr/@melomingoo/52


참고로... 내가 작성한 글이지만 이직하기 전에 이 글을 읽었다면...... 사람은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그 말 나에게도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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