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줌마들과 만남

처음 시작은 모두 어렵다.

by 상냥한주디

새벽까지 일을 하느라 아침에 잠이 들었는데, 전화 진동소리에 잠이 깼다.


큰아이 친구 엄마의 전화였다.

카톡을 남겼는데 보지 않으니 전화를 한 거였다.


비몽사몽 한 채로 전화를 받았는데, 동네엄마들이 우리 아파트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시간이 되면 커피를 마시러 나오라는 전화였다.


2시간도 채 자지 못해서 멍하기도 했고, 2일 밤을 제대로 못 잔 상태라 나가야 하나 잠깐 고민을 했지만, 정말 코앞 거리라 언니들 얼굴도 볼 겸 잠결에 눈곱을 떼고 나갔다.




코로나로 요즘 엄마들을 자주 못 만났기도 했고, 내가 직장을 나가게 되고, 퇴사하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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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끔 만났을 때 책 출간제의를 받았고, 온라인 강의를 하게 되었고, 대면 강의 제안도 받았고, 디지털 노마드가 무엇인지 얘기해서 그런 나를 신기해하며 근황을 물었다.


나는 며칠 전 신랑의 디스크가 터져서 우리 집 안방까지 119 구급대원이 와서 신랑을 들것에 싣고 응급실에 간 이야기부터, 얼마 전 mkyu 모닝 짹짹이 영상공모전에 당첨된 이야기까지 하며, 내가 만든 영상을 보여주고 유튜브 좋아요 구독도 해주라는 홍보까지 했다.


동네 엄마들도 최근 청약 넣은 이야기, 아이들 고등학교 발표 이야기, 중드에 빠져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 3월부터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게 된다는 이야기, 공인중개사를 준비할까에 대한 상담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mkyu 새벽 기상 챌린지 이야기를 하다 김미경 강사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중 한 명의 언니가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를 몇 번 들었었는데, 거기서 이렇게 동네 아줌마들하고 만나서 커피 마실 시간에 책이라도 더 읽고 자기 계발을 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나도 그 강의를 들었었고, 내가 브런치 자기소개글에도 김미경 강사님이 말한 동네 501호 아줌마에서 디지털노마드로 성장 중인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고 했었다.


나는 전업주부 15년 동안 그 동네 501호 아줌마중 한명였고, 아이들이 어릴 땐 거의 매일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려 다녔다. 그래도 그 동네 아줌마들은 내가 워킹맘이 되고 아이들 케어를 잘하지 못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 대신 우리 집에 가서 아이를 깨워주기도 했고, 내가 챙겨주지 못한 준비물을 대신 보내주기도 했으며, 아이 시험과목 시험지를 프린트해주기도, 나 대신 학교 행사에 참여해 우리 아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고마운 마음에 동네 아줌마들에게 내가 변화했듯이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게 잘난 체라고 생각할 수도, 듣기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동네 아줌마들은 대부분 변화하고 싶어 하고, 용기내고 싶어 했다. 몇몇은 블로그를 시작하기도, 새벽 기상 모임에 들어오기도 하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아직은 배우고 도전하고 성장 중이다.

얼마 전 도봉구 혁신교육센터 마을학교에서 미리 캔버스 디자인 강의 제안이 들어왔고, 내일이 나에게 첫 대면 강의가 있는 날이다.


온라인 강의만 주로 했던 나는 너무 걱정이 되었고, 떨렸다.

그래서 오늘 동네 엄마들에게 너무 걱정되고 떨린다는 얘기를 했는데, 어려운 온라인 강의도 잘하고 있는데, 실제 만나서 하는 건 더 잘할 거라며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헤어지고 집에 왔는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있었다.

잘 들어갔냐며, 새해부터 좋은 소식 축하한다며, 내일 강의 잘할 수 있을 거라며 멋지다고 해주었다.


동네언니는 요즘 건강이 안 좋아서 무기력하고, 무언가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건강 챙기며 천천히 독서를 해보라고 책들을 추천해줬고, 내가 했던 것처럼 언니도 용기 내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정말 나를 보고 용기를 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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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정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배우고 성장하는 게 재밌고, 내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쁘다.


아이들 개학하면 동네 아줌마들 초대해 우리 집에서 블로그 강의라도 한번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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