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때문에 1층으로 이사한 건 아니었지만

그 동네라 행복했었다.

by 상냥한주디

큰아이가 5살 둘째가 6개월 되던 해에 신혼집보다 조금 더 큰 평수의 1층으로 이사를 했다.


아이들이 어리기에 층간소음 걱정도 없고, 뛰어놀기에도 좋다며 1층 집을 알아보고 오래된 아파트라 올수리 리모델링도 했었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이사 가기엔 1층 매물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1층 집에서 12년을 살았다.

큰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초등학교로, 중학교 3학년 후반까지 그 집에서 다녔다. 둘째는 배밀이를 할 때부터 거의 초등학교 졸업까지 보냈다.


몇 번 이사를 계획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하지 못했고.. 그리고 더더욱 우리가 그 동네 그 집에서 떠나지 못했던 건 아이들의 친구들, 나의 동네 친구들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살던 동네는 아이들 키우기엔 좋은 환경의 아파트였다.

아파트 근처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가깝고, 공원과 도서관도 가까우며, 걸어서 갈 수 있는 대형마트들도 여러 곳 있는 오래된 신도시라 아이 키우기엔 좋은 동네였다.


1층에 살아서 좋았던 점은?

1층이라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기도 좋았고, 아이들이 밖에서 놀면 베란다에서 지켜보기도 좋았다.

1층이라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했고, 줄넘기도 할 수 있었다.

1층이라 아이들 친구들, 내친구들이 오다가다 들리기 좋았다.

1층이라 집 앞 화단의 나무들이 집 앞 정원같이 보였다.


그래서 큰아이는 매일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팽이놀이를 하고 놀았고, 나도 동네 엄마들을 초대해 함께 보냈기에 우리 집은 금방 아지트가 되었다.


20220202230912.png 우리딸 6살 생일날 유치원친구들과 가운데 자리 차지한 오빠




우리가 1층으로 이사 왔을 때, 우리 위층엔 7개월 된 쌍둥이 남자아이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있었다.

쌍둥이 아이들을 봐주는 분이 친정엄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이들 봐주는 이모님이셨고, 그 이모님께서 아이들을 지금까지 봐주고 계신다.


둘째들도 커서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며, 2층 집 쌍둥이들은 우리 큰아이를 형이라고 잘 따랐고, 큰아이도 여동생보다 남동생들과 노는걸 더 좋아했다.


쌍둥이들이 커가면서 약간의 층간소음들이 있었지만, 우리 집 식구들이 예민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12년을 살며 그렇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부모님께서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가실 때면 이렇게 시끄러운데 어떻게 사냐며, 빨리 위층으로 이사를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고,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도 나에게 위층 안 시끄럽냐며 본인은 1층에 못 산다는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2층 쌍둥이네 집에선 층간소음으로 시끄러울 텐데 미안하다며 가끔씩 과일을 사다 주기도 하고, 길에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면 과자를 사보 내기도 했고, 명절이면 선물상자를 가져다주었다.


나도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해 신랑과 쌍둥이네 집에 줄 선물상자를 고르기도 했고, 시골에서 가져오는 음식들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사 오고 처음 맞는 명절 연휴 끝에 쌍둥이네가 생각나고, 그 동네가 그립다.


1층이 답답하고, 이사가 가고 싶다고 생각할 땐 1층에 갇혀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1층에서 12년 동안 좋은 추억도,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참 행복한 동네에서 살았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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