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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트 Apr 07. 2021

반말 Only Zone

적을 두지 않고 사는 것이 익숙하던 내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집단에 묶이게 됐을 때, 비로서 완전한 자유인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렇게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여 목표와 성취를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집단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마침 의도치않게 그런 기회가 오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연재할 시리즈는 그런 우리의 고군분투, 시행착오 등이 오롯이 담겨있는 독립기가 될 것 같다.


우리는 음악으로 뭉친 사람들이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첫 목표이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수의 창작자들이 무언가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편이다. (나 또한 말보다는 글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수월 한 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 탓에 젊은 창작자들은 비즈니스에 있어 손해를 보는 쪽에 서왔고 또 그게 당연시 된 것 같다. (유통구조와 수익모델, 전환률 등을 언급하며 계약서를 따져보는 아티스트를 상상할 수 있는가?) 우리 창작자들끼리는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예상매출, 수익분배, 사용권리 따위보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는 것에 꼬박 하루 이틀을 보내기도 했다. 적어도 우리들 사이는 말보다 더 와닿는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국 협업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 불문, 초면이던 몇 년동안 존대를 했던 관계없이 말을 편하게 놓기로 했다. 어떤 아이디어를 눈치보지않고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고 그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위계나 격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한 날에 거의 4년을 서로 말을 높혀온 동생이 함께 있었는데 정말 진풍경이었다. 오히려 반말이 더 어색하고 의식하지 않으면 오히려 존댓말이 나오곤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아직도 가끔 그렇다.) 사실 나는 우리가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꽤나 멋진 문화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아직 우리 집단의 명칭은 따로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을 부를 때 뷰파인더라는 말을 종종 쓴다. 아티스트는 모두 자신만의 뷰파인더를 가지고 있고, 그를 통해 삶과 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비춘다. 우리가 가진 뷰파인더가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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