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 걸음
끓기 직전의 물은 얼기 직전의 물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끓는점까지 열을 가해야만 비로소 수증기로 변해 끓어오른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만 일에 따라, 사람에 따라 끓는점은 제각기 다르다.
Just do it! 을 외치며 일단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종일 계획을 세우고, 심지어 '계획할 시간'을 계획하다 결국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전자의 유형을 끓는점이 낮아
‘금방 끓는 사람’,
후자는 반대호 끓는점이 높아
‘잘 끓지 않는 사람’.
학창 시절 나는 ‘잘 끓는 사람’에 가까웠다.
여러분 주변에도 이것저것 하는 건 많은데 꾸준하게 하는 건 없는 사람이 한 명쯤 있을 것이다.
금발 불이 붙어 일단 해보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제풀에 질려 그만두는 사람.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른을 눈앞에 둔 지금 쉽게 끓지 않는 사람에 가까워진 것 같다.
철저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한, 완벽하지 못할 것이라면 시작조차 않는.
나이 때문인지, 상황 때문인지, 인간관계 때문인지 해가 갈수록 끓는점은 점점 높아졌다.
끓는점이 높은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그런 거 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어'
'새로운 일로 고생하느니 하던 거나 잘하는 게 낫지'
'지금 와서 뭔가 도전하기엔 너무 늦었지'
'전에는 잘 안됐는데 이번이라고 다르겠어'
'저 사람들은 우리랑 다른 부류의 사람이야'
비난이나 모욕은 열정의 기름을 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냉소 가득한 말들은 그야말로 얼음이다.
끓는점은커녕 녹는점에 못 미칠 정도로 차갑다.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열정도 식게 한다.
얼어있는 열정은 끓지 못한다.
오히려 너무 높은 목표나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식으로 압력을 가하면
열정은 그 에너지를 견디지 못해 부서지고 만다.
그렇게 자책과 떨어진 자존감 다음에는 어김없이 냉소가 찾아온다.
나 또한 이런 악순환이 있었고 이를 끊기 위해서는
천천히 에너지를 가해 스스로를 끓기 좋은 형태로 녹여야 했다.
그때 나의 녹는점(멜팅 포인트)을 알게 되었다.
얼어있는 열정의 녹는점. 멜팅 포인트.
나의 멜팅 포인트는 사소한 루틴에서 시작했다.
침구를 정리한다던가, 커피를 내리고 책을 한 페이지 읽는 다던가, 정해진 시간에 영양제를 챙겨 먹는 식이었다.
그렇게 점점 온도를 높여가다 보니 얼어있던 열정이 녹기 시작했고 열정의 끓는 점도 많이 낮아졌다.
그때서야 외부의 에너지를 소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만일 당신이 냉소에 뒤덮여있다면 무리하게 에너지를 가하기보다
천천히 자신만의 녹는점, 멜팅 포인트를 알아야 한다.
큰 프로젝트를 하기 전, 꼭 해내야 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의 멜팅 포인트를 찾고 나면
온도를 높이는 건 어렵지 않다.
수많은 온라인 멘토와 반면교사가 사방에서 우릴 압박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