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어의지혜 이지혜 Oct 30. 2022

내 엄마에요~내 엄마! / 내면아이 치유 만난 내엄마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엄마가 있다.
나는 "엄마"라고 말했고,
남들은 "할머니"라고 하는 내 엄마.
내게는 기억나는 순간부터 엄마였는데
남들은 기억나는 순간부터
"할머니야. 엄마가 아니라."라고
말했던 내 엄마.




어린 시절에는 우기듯
"엄마"라고 불렀는데 커가면서 알았다.
할머니가 진짜 나를 낳은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
그 어떤 엄마보다 사랑으로 키우고 있지만
진짜 나를 낳은 엄마가 아니라서,
내게 평범한 가정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다는 사실.






그래도 난 "엄마"라고 불렀다.
30이 되어도 "엄마"라고 불렀다.
그건 마치 세상에 대한 반항과도 같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았고
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는 나를 보며
어린 시절의 나처럼
아이가 혼란스러울까 봐
호칭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
정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노력했는데,





3살 된 내 아이가 나에게
"내엄마!! 엄마!! 엄마엄마 내엄마!!"
할 때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때로는 짜증이 났다. 질투가 났다.
왜 그런지 몰랐다.
그냥 내가 바빠서, 피곤해서,
지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진짜 오래 갖고 있던 상처들이 치유되면서
이것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나를 애타게 찾는 아이에게
자꾸 미운 마음이 올라와
왜 그런지
깊이 내 내면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응답 없던 내면아이가
터뜨리듯 말했다.





"내 엄마에요!! 내 엄마!!
내엄마라고요!! 할머니가 아니라!!
내 엄마라고요!!
누가 뭐라든, 뭐가 어찌 됐든
내 엄마에요!!! 내 엄마!!!"
그 말과 함께 폭풍 눈물이 흘렀다.
꺼이꺼이 울었다.




남들이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야"라고 할 때
싸해지던 분위기,
온몸에 꽂히던 측은한 시선.
그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애써 내 엄마임을 증명해보이려던,
우리 엄마의 어깨를 높여주고 싶었던
모든 순간의 노력들.
애쓴 삶의 흔적들.
남들이 보는 시선이 의식되는 어느 순간부터
점점 더 당당하게
"내 엄마예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괜찮으려 애썼던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말.






"내 엄마예요. 내 엄마!!
내 엄마라고요. 내 엄마!!!!!"
이 말을 하며 엉엉 울었다.
목놓아 꺼이꺼이
5살의 아이가 억울해서 울듯 꺼이꺼이.







그렇게 한참을 울다 보니
아이에게 고마웠다.
아이를 통해 내 과거를 마주했으니까.
그리고 내게 고마웠다.
치유를 하고 있어 이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 가장 고마웠다.
엄마여서 다 알았을 테니까.
내 마음을.
그 과정을 어찌해줄 수 없어
묵묵히 지켜봤을 테니까.
하늘과 같은 사랑이 있다면
이런 사랑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무치게 죄송하고 감사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내 엄마!!!
내 엄마!!!내 엄마!!!"







엄마는 다소 어안이 벙벙해했지만
이내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내 딸!!!!!! 내 딸!!!!!!!
내딸 내딸 내 딸!!!!!"






그러자 우리 아들도 신이 나 외쳤다.
"내 엄마!!!!내 엄마!!!내 엄마!!!!!"




엄마가 갑자기 왜 그러냐 물으셔
아들이 "내 엄마 내 엄마 하니
나도 내 엄마 생각나서 그랬어!"
라고 말했다.





아마도 내 모든 마음을 그 몇 마디로
눈치채셨겠지.
그렇게 실컷 엄마를 부르고 나니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웠다.




30년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듯했다.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기뻤다. 너무너무 기뻤다.
진짜 내 자리를 찾은 것 마냥
힘들어했던 내 삶의 조각들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기쁨이 온몸을 감았다.





참 다행이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아이가 어릴 때
내 내면을 마주할 수 있게 돼서.
참 기쁘다.
엄마와 나와 우리 아들이 만날
앞으로의 나날들이.





그리고 나를 위한 피자를 먹으며
아들과 깔깔깔 호호호 웃으며 신나게 먹었다.
3살의 내가 3살의 아들과 웃듯
즐겁고 기쁘게.
행복하고 편안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