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body Aug 17. 2019

오늘의 운세, 얼마나 맞을까요?

신문을 읽다가 오늘의 운세를 읽어볼 때가 있습니다. 잡지에 실리는 별자리 운세도 한 번씩 봅니다. 점집을 찾아가는 정도면 하드코어죠.. 저도 살면서 점 보러 간 적이 두세 번 있으니 운명론자의 면모가 있거나  미신을 믿는 비합리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점 보러 다니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변명을 하자면 친구들 중 가장 똑똑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두 명이 주역 공부를 해서 본인의 운명을 분석하고 가끔 친구들 사주도 봐줍니다. 엄친딸 모범생 출신이며 완벽한 현모양처인 친한 언니도 일 년에 한두 번 점 보러 갑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점 보기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이니 종교와 점은 별개인 것 같습니다.


대개 삶의 중요한 전환점 - 결혼, 이사, 창업, 취업, 입시, 소송 등 - 을 앞두고 점집을 찾습니다. 주역 등 역서를 공부해서 사주를 해석해서 알려주는 역술인이 있는가 하면 신기가 있어서, 즉, 귀신이 들어서 직관적으로 사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점쟁이들이 있습니다. 용하다고 하는 점집들은 후자가 많습니다. 귀신이 시공을 초월해서 날아다니며 현재와 미래를 봐주는데 족집게처럼 맞추는 것이 당연하겠죠.


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점 보는 앱을 몇 개 깔아 사주, 토정비결, 오늘의 운세를 찾아보며 놀았습니다. 대부분의 점쟁이가 과거와 현재는 잘 맞춘다고 하는데 스마트폰 사주도 과거는 그럭저럭 평가를 잘하는 것 같았습니다. 현재의 큰 그림은 당장 티가 나는 것이 별로 없어서 오늘의 운세를 매일 읽어보고 그대로 실현되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흔들리지 않도록 감정조절이 중요한 하루입니다." 라길래 긴장했지만 아이에게 잔소리한 것 말고는 화낼 일이 없었던 날도 있었고, 가족 간 불화에 유의하라는 점괘가 나온 다음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에 부부싸움을 크게 한 적도 있으니 아주 틀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체로 운세가 좋은 날은 아무 일 없이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을 때가 많았고, 운세가 안 좋은 날은 바쁘고 일이 많았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편한 삶을 좋은 팔자라 하나 싶기도 하네요. 문제는 가끔 두 개의 앱에서 말하는 운세가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었죠. 한 군데에서는 "하고자 벼르던 일을 해결하고 편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며 운기가 극상이라는데 다른 데에서는 "사고수가 있고 큰 손해를 입을 것이니 외출을 자제하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그 날은 마침 친구와 국제운전면허증을 만들러 같이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일을 급히 끝내고 오후에 친구를 태워 면허시험장에 갔는데 그때 주차장에 자리가 하나 나서 얼씨구나 하고 차를 세웠습니다. 아하, 운빨 받는 날일세! 번호표를 뽑고 서류 작성을 하는데, 친구가, "여권 가져와야 해? 면허증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묻네요. 마음속으로는 ‘오늘 국제면허증 못 만드는 거 아닌가?’하면서도 "여권 사진 찍어놓은 거 있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친구를 안심시키며 준비 서류를 다시 훑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둘 다 사진을 찍어놓고 안 가져온 것이지 뭡니까. 세상에 한 명도 아니고 둘 다 그런 바보짓을 하다니... 운세 앱에서 귀신이 나와 장난친 게 분명했어요. 오후를 날린 운 없는 여자 둘은 백화점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와플을 사 먹으면서 헛헛함을 채웠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씨앗호떡을 세 개씩 산 다음 헤어져 집으로 갔습니다.


면허증용 사진을 안 들고 간 일이 사고라고 할 수도 있고, 시간과 교통비 날린 것은 손해 맞습니다. 친구와 맛난 달달구리 먹으며 즐거운 시간 보낸 것도 맞고요. 아주 나쁘기도 하면서 소소한 즐거움도 있는 날이었죠. 그런 날은 흔합니다. 반대로 일 열심히 했고, 하던 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왠지 우울하고 기분이 저조한 날들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운 좋은 날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운 없는 날이라고 봐야 하나요? 차라리 바이오리듬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까요?


지나간 삶의 여정이든 하루든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적은 없었습니다. 큰 성공이나 실패는 삶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만 순간의 행복을 완전히 좌우할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을 보고 오늘의 운세를 읽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 혹시나 큰 파도가 다가오면 숨이라도 가다듬고 준비를 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인생의 물살을 타면서, “예의를 갖추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행동가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 와 같은 조언,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가 가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